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는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상으로 3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엘사와 안나 자매에게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평화롭기만 한 아렌델 왕국의 가을날을 보내던 엘사는 언제부턴가 의문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 동시에 아렌델 왕국도 위협을 받는다. 위험을 감지한 트롤은 엘사에게 진실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설 것을 조언하고 이 모험길에 안나와 크리스토퍼, 스벤, 올라프가 동행한다. 비밀의 안개에 갇힌 듯한 마법의 숲에 도달한 이들은 그 숲에서 살아가는 4가지 정령과 여러 인물을 만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엘사는 지난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고 두려움에 갇혀버렸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임에도 세상의 편견과 시선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세상과 격리된 채 스스로를 얼음 궁전 안에 가둔 엘사는 기댈 데 하나 없이 외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렌델 왕국을 향해 용기를 냈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곳의 왕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아렌델 왕국의 평화는 엘사에게 더없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신비로운 마법의 힘이 속한 근원지, 즉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그를 옭아맸다. 이제 더는 자신에게서 떼놓을 수 없는 마법의 근원을 찾는 건 엘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였다. 운명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대체 모든 것의 시작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겨울왕국2’다. 엘사는 정체성의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고 두려움에 맞선다. 비록 만만치 않은 여정이긴 하나 오롯이 제 힘으로 두려움을 깨고 찾아낸 진실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다.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2’를 통해 엘사의 성장은 곧 디즈니의 변화 중 일부다. 그동안 디즈니가 수없이 만들어온 공주와 여왕은 사랑이라는 소재에만 골몰하는 캐릭터로 비춰지기 십상이었다. 어딘가에 있을 왕자를 오매불망 기다리거나 우연히 마주친 왕자만 하염없이 떠올리면서 말이다. 물론 사랑은 다른 무엇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테마인 건 확실하나 이로 인해 많은 디즈니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인 여성상으로 고착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제니퍼 리 감독은 최근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겨울왕국’ 여성 캐릭터들의 비전형성을 설명했다. 그는 “두 여성 캐릭터가 나오면 항상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다. 자매의 사랑에 중심을 두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겨울왕국’과 엘사가 전 세계적으로 얻은 사랑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힘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크리스 벅 감독 역시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로맨틱한 사랑에 중심을 뒀다면 ‘겨울왕국’의 사랑은 가족, 그중에서도 자매와 관련된 것”이라며 “아주 신선한 모습이었고 전 세계 관객이 그 부분에 공감하고 사랑해준 덕분에 흥행이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엘사의 도전은 결국 모두를 구했고, 두려움이라는 거대한 벽을 깬 끝에 비로소 자유를 찾았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