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감독, 형식을 바꾸는 용기와 도전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뮤지컬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그 틀을 바꾸는 대담함에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할 터다. 특히나 원작자가 자신이라면 더더욱.

장유정 감독은 형식을 바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뮤지컬 방법론을 지우고 영상매체의 형식에 뮤지컬이 원작인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다 놓을 것인가. 작품에 대한 부지런한 집념과 재능, 용기가 모여 좋은 영화를 완성했다.

장유정 감독 사진=옥영화 기자
◇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형식을 바꾼 도전 영화 ‘김종욱 찾기’(2010)를 연출한 이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장 감독이다. 자신이 원작자로 있는 뮤지컬을 영화 형식으로 변화시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임에도 게으름 피우지 않는 근성과 재능으로 빛나는 결과를 냈다.



장 감독은 ‘김종욱 찾기!’를 비롯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으로 뮤지컬계 내로라하는 연출자로 자리잡았다. 신작보다 오픈런을 이어가는 편이라 한 작품을 수년에 걸쳐 연출했고, 영화 연출은 ‘김종욱 찾기가’ 처음이었다.

과거 인도 여행길에서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만나려는 여자와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개업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낭만적인 로맨스와 현실 사이에서 탁월한 균형감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설레게 하는 감정선을 곳곳에 배치해 몰입을 높였고 주인공의 성장통이 중요한 축을 담당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 ‘김종욱 찾기’ ‘부라더’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플러스엠
장 감독의 다음 행보는 ‘부라더’(2017)였다. 이 영화는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각색한 것으로, 늘어나는 빚과 쓸모 없는 장비뿐인 형과 순간의 실수로 실직 위기에 처한 동생 주봉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3년 만에 만난다는 설정이다. 원작의 코미디는 배우 마동석과 이동휘의 연기를 빌려 스크린에 펼쳐졌다. 여기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더해져 선명한 주제의식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러모로 뮤지컬과 영화는 다른 성향을 가졌다. 배우의 블로킹, 음향, 대사, 씬 구성 등 모든 게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컬에서는 흥미로운 요소가 영화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영화를 풍성하게 한 소재가 뮤지컬에선 그저 그런 소재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장 감독은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영리한 연출로 원작과 영화 모두 멋지게 지켜냈다.

영화 ‘정직한 후보’ 포스터 사진=NEW
◇ 기본기에 충실한 ‘정직한 후보’ 장 감독이 이번에는 배우 라미란을 업고 또 한번 코미디로 돌아왔다. 전작 두 편보다 더욱 영화적으로 변모한 ‘정직한 후보’가 빅웃음을 선사할 전망이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가장 쉬웠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원작은 브라질 영화다. 브라질 원작은 대통령 후보인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장 감독은 이를 ‘정직한 후보’에서 4선을 앞둔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로 바꿨다.

진실의 주둥이를 두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에피소드들을 탁월한 코미디 실력으로 풀어냈다. 정경유착, 병역비리, 사학비리, 취업특혜, 외국인 근로자 차별 등 무거운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코미디 영화적이다. 대부분 코미디는 배우 라미란의 입에서 발현되고 질질 끌지 않는 리듬감 있는 편집이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잔기교 부리지 않는 카메라 워킹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에 깔끔한 인상을 부여해 강점을 부각시킨다. 장 감독의 적재적소 연출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울 영화를 만들었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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