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우민호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왔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52만 부가 판매된 전 동아일보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실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을 이야기,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우민호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느꼈으면 한다. 저에게는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호기심이 있었다. 큰 사건인데, 그 사건이 사실은 되게 거대한 인과관계, 대의가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접근을 했다. 그러다 인간관계, 감정에 균열과 파열에서 이 사건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때 동지였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났을 수밖에 없었을까라고 생각했다. 존중, 배신, 충성, 모멸, 자존심, 집착, 시기, 질투. 이런 것들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소용돌이치면서 서로서로 불신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는 모습도 담고 싶었다. 특별한 정치적 대의나 거시적인 사건을 조명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었던 내면, 심리를 파헤치면서 쫓아가려고 하고 싶었다. 사건이 과거에 머문 게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되돌아보자는 정도로 그렸다.”
우민호 감독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쇼박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이름은 실존 인물의 이름과 달랐다. “재창조의 보장을 받고 싶었다.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지만, 그 내면에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잘 안 나온다. 원작을 통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김규평과 박용각도 실제로는 선후배인데 친구로 바꿨다. 이 영화를 통해 두 부장이 한 인물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마치 일인자에게 쓰임을 당하다 버려질 수밖에 없는 2인자의 운명 같은 인물처럼 그리려고 했다. 그들의 최후 모습도 공허함이라던지, 구두를 잃어버린 채 자신의 피 묻은 양말을 보는 모습이라던지.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재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고 싶어서 실명을 쓰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한 이성민의 모습이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묘하게 달라진 이성민의 얼굴에서는 실존 인물이 살짝 보여질 정도였다.
우민호 감독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쇼박스
“배우로서 부담감이 없을 순 없었을 거다. 근데 우리 영화에서 싱크로율이 가장 맞는 역할이다. 박 대통령은 어린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얼굴이라 더 신경을 썼다. 몇 군데만 포인트를 잡아서 관객들이 봤을 때 ‘비슷하네’ 느낌을 주기 위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특수분장도 했다. 멋지게 소화한 것 같다.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어도 시기를 놓친, 유신의 말기에 권력자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을 집중한 것 같다. 자신을 향한 충성을 온전하게 믿지 못하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 이성민 뿐만 아니라 이병헌, 곽도원 등 출연진 모두 완벽했다. 특히 경호실장 곽상천 역 이희준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희준 씨가 원래 스키니하다. 지금 다시 날씬해졌지만. 전작 ‘마약왕’때 작품을 같이 했다. 부산에서 촬영하고 올라가다가 맥주 한잔 먹자고 했다. 그때부터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의아했지만, 함께 하기로 했다. 희준 씨를 보면서 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마약왕’ 때 송강호랑 하는데 에너지가 밀리지 않더라. 이병헌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절대 밀리지 않는, 절대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희준 씨를 캐스팅한 거고. 생각만큼 잘 보여줘서 저도 깜짝 놀랐다.”
우민호 감독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쇼박스
역사를 담은 드라마이기에 소품 하나하나, 장소 그리고 영상 속 색깔의 톤까지 달랐다. 미국, 프랑스를 담은 부분은 상당했다. “이번 영화 촬영 때는 인물에 집중하려고 했고, 두 번째는 시대 공기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색깔을 하나하나 미술, 의상 색을 컨트롤 하면서 찍으려고 했다. 70년대의 레트로한 색깔을 강박적으로 컨트롤하면서 찍었다. 앵글도 강박적으로 찍고 싶었다. 신경적인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고, 어떻게 보면 망자들인데 영화 속으로 불러오다 보니 초상화 같은 느낌, 혹은 영화판 사진을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미국과 프랑스 로케이션 촬영은 섭외를 하나하나 다했다. 유럽, 미국은 당시 시대를 보존한 곳이 많아서 잘 담겼던 것 같다. 종이 하나까지도 그 시대에 종이들을 쓰려고 노력했다.” mkc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