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셔젤, 끝없는 고독을 수반한 성공의 이면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미국감독 데이미언 셔젤이 그린 성공에는 늘 고통과 고독이 수반된다. 그래서 이걸 성공이라고 해야 할지, 실패라고 해야 할지 때때로 모호하다.

뛰어난 실력을 갖기 위해 극강의 스트레스와 모욕을 당하는 연주자(위플래쉬),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가기 위해 평범함을 포기한 우주비행사(퍼스트맨), 성공을 위해 사랑도 저버리는 재즈 피아니스트(라라랜드). 이들은 모두 성공하지만 끝없이 고독하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욕망이 파괴를 동반한 성공을 가져올 때 사적인 욕망이 지나치면 삶을 파괴한다.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 속 인물의 욕망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기도 한데,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해 은행을 털거나 인질범이 되는 게 아니라 진짜 재능을 최상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분투다.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가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J. K. 시몬스)와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의 ‘위플래쉬’(2014)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한다. 누구보다 뛰어난 연주자가 된다는 목표로 만난 두 사람은 가까워짐과 동시에 극단의 관계로 치닫는다. 앤드류 자신이 만족하는 연주에도 플렛처가 만족하지 못하면 폭언을 듣고 폭력을 당한다. 그래도 끝까지 두 사람의 목표는 험난한 음악계에서 최고가 되어 이름을 남기는 것이고, 앤드류는 마침내 자신의 방식을 통해 진짜 뮤지션으로 거듭난다.

데이미언 셔젤이 설계한 앤드류의 욕망은 플렛처에게서 왔거나 플렛처에 의해 깨어난다. 플렛처의 욕망은 앤드류의 욕망을 건드리고 그가 드럼 스틱을 쥐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그 욕망은 이내 윤리적이지 못하며 다소 허황된 데에서 왔다는 사실을 후반부에 가면 누구나 다 알게 된다. 결국 욕망을 통해 성공을 이뤄냈지만, 과연 정말로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앤드류는 욕망을 성공으로 결부하기 위하여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위플래쉬’는 그 배타적인 심리가 가장 크게 적용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성공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위플래쉬’ ‘퍼스트맨’ 포스터 사진=쇼박스, 유니버설 픽처스, UPI 코리아
‘퍼스트맨’(2018)도 비슷하다. 영화의 분위기나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인물의 성공 그 이면의 그림자를 옮겨낸 것이 데이미언 셔젤답다. 이 영화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동명 전기를 원작으로 한다. 데이미언 셔젤은 대다수 전기 영화처럼 실제 인물을 영웅화 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그가 본 닐 암스트롱은 우주탐사라는 인류 새 페이지를 연 한 인간의 고독한 서사일 뿐이다. 세상 다시 없는 위대한 업적으로 일컬어지는 달 착륙 이면에 닐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어두움이, 이 영화에는 마치 달의 이면처럼 자리한다.

영화와 닐(라이언 고슬링 분)은 상승에 대한 욕망을 갖는다. 인물은 달로 올라가고자 하고 감독은 이러한 상승의 테마를 이미지화한다. 그러나 닐이 탄 우주선이 점점 상승하자 닐은 우주선을 통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 점에서 욕망의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인물의 상실감이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선은 상승하고, 닐도 상승한다. 닐이 달에 가까워질수록 아직 땅에 발붙이고 있는 그의 삶은 파괴된다.

달 탐사는 대의적이다. 닐의 욕망은 대의적이면서도 지극히 사적이다. 닐이 사랑하는 두 살배기 딸 캐런을 뇌종양으로 떠나보냈을 때, 어쩌면 달로 가고자 한 그 사적인 욕망이 움텄을지 모른다.

영화 ‘라라랜드’ 포스터 사진=판씨네마
◇ 중요한 무언가를 잃은 성공 모든 것을 잃은 성공을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는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라라랜드에서 만나 서로의 미완을 채워나간다.

지난 25일 두 번째 재개봉을 맞은 ‘라라랜드’(2016)는 예술이라는 공통의 영역, 비슷한 욕망을 지닌 두 남녀의 청춘과 열정에 대한 영화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 작품을 ‘위플래쉬’보다 먼저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랑의 변화를 느낀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각자의 욕망도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강했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다른 길을 걷지만 어쨌든 표면적인 성공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마치 심장 절반을 잃은 듯한 성공은 세바스찬과 미아로 하여금 헛헛함만 남기고 밝은 미소보다 오묘한 표정을 짓게 만든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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