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년 넘게 했으니, 후회없이 할 것이다.”

LG 트윈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심창민이 2025시즌 반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1년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부름을 받은 심창민은 좋은 구위가 강점인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2012시즌 1군에 데뷔했으며, 빠르게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심창민이 활동한 2011~2015년 삼성은 5차례 정규리그 우승과 4차례 통합우승을 달성,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심창민은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6시즌 주전 마무리 자리를 꿰찬 그는 62경기(72.2이닝)에서 2승 6패 2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써냈다. 2017시즌에도 불펜에서 전천후로 66경기(75.1이닝)에 출격해 4승 7패 6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4.18을 작성했으며,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485경기(491이닝)에 나서 31승 29패 51세이브 80홀드 평균자책점 4.22를 마크했다.

다만 최근에는 좋지 못했다. 2022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11경기(6.1이닝)에만 모습을 드러내 1승 2패 평균자책점 14.21에 그쳤다. 2023시즌에도 5경기(3.1이닝)에만 출전했고, 성적 또한 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좋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반등하지 못한 심창민이다. 단 한 차례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으며, 퓨처스(2군)리그 21경기에서도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8.84에 그쳤다. 결국 그는 시즌 후 방출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픈 심창민의 의지는 컸다. 지난해 LG의 마무리 훈련 기간 일주일 정도 테스트를 받았다. 불펜 보강을 노렸던 LG는 심창민의 경험에 주목했고, 그렇게 심창민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8일 LG의 신년 인사회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심창민은 “NC로 이적할 때는 트레이드로 가다 보니 뭐가 뭔지 잘 몰랐다. (이에 비해) LG에 들어올 때는 방출 선수였다가 들어와서 그럴 수 있겠지만, 팀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 매우 좋았다”며 “방출됐다가 비소속인 선수로 입단해서 단순히 좋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좋은 느낌이었다.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훈련하면서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풍부한 경험 때문인지 여유도 있어 보였다. 신년 인사회 도중 신입 선수 소개 시간에 심창민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받게 돼 기쁘다. LG에 입단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환골탈태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LG 깃발 밑에 작은 엠블럼이 하나 더 생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엠블럼을 추가한다는 것은 ‘우승’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한 팀은 엠블럼을 추가한다.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보다는 돌려서 전달한 것”이라며 “원래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 끝내려 했는데, 나이가 있는 편이니 조금 어휘력을 발휘해 봤다”고 배시시 웃었다.

최근 자신의 부진에 대한 분석도 끝냈다고. 심창민은 “개인적으로 제 밸런스가 독특하다. NC로 팀을 옮기면서 내가 맞다고 생각해 온 신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꿔보려 했다”면서 “고유 감각이 먼저고 데이터가 후순위가 되야 했다. NC에서 나온 뒤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며 준비할 때 고유 감각에 집중하면서 준비했다. 괜찮은 느낌이 들며 좋아졌다. 1년만 더 해보면 후회가 안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압박감도 생기겠지만, 그 마음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창민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다행히 염경엽 LG 감독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같은 날 “심창민은 많은 경험을 했다. 테스트 기간 봤을 때 충분히 활용도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

심창민 역시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1년 하는 것을 편안하게 한 번 해보자 생각했다.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나중에 생각할 것”이라며 “잘하면 더 좋겠지만, 야구 20년 넘게 했으니 후회없이 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과연 심창민은 2025시즌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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