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 남자부가 인천도시공사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보낸 가운데, 하남시청은 3년 연속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3위를 차지하며 고유의 저력을 증명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남시청이 꾸준히 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우뚝 선 ‘6년 차’ 김재순의 폭풍 성장이었다.
김재순은 이번 시즌 108골을 몰아치며 하남시청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그 활약을 인정받아 영광스러운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2021-2022시즌에 실업 무대에 데뷔한 김재순은 그동안 코트 위에서 빛을 발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팀의 레프트백 자리에 신인상(2018-2019)을 시작으로 득점왕과 정규리그 MVP(2024-2025)까지 휩쓴 간판스타 박광순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재순은 이전까지 한 시즌 최다 득점이 46골(2023-2024시즌)에 불과할 정도로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상무 피닉스에 입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전역 후 맞이한 25-26시즌은 완전히 달랐다. 김재순은 이번 한 시즌에만 무려 108골을 터뜨렸다. 프로 데뷔 후 6시즌 동안 기록한 통산 득점이 212골인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통산 득점 절반 이상을 단 한 시즌 만에 몰아넣는 경이로운 페이스를 선보인 셈이다.
시즌 초반부터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마다 득점 기복이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 슈팅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남시청 백원철 감독은 이 문제를 실력이 아닌 ‘자신감 부족’으로 진단하고 끊임없이 신뢰를 보냈다. 감독의 믿음 속에 득점이 쌓이자 김재순의 슈팅은 점차 과감해졌고, 이는 곧 리그 최고의 무기로 진화했다.
김재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외곽포였다. 올 시즌 기록한 108골 중 약 85%에 달하는 92골을 오직 중거리 슈팅으로만 성공시켰다. 상대 수비가 쉽게 압박하러 나오지 못하는 먼 거리에서 꽂히는 김재순의 강력한 슈팅은 하남시청 공격의 상징이 되었다.
올 시즌 하남시청은 심각한 슈터 가뭄에 시달렸다. 최근 2년 연속 팀의 화력을 책임졌던 신재섭(상무 입대)과 박광순(SK호크스 이적)이 팀을 떠났고, 새로 합류한 이현식과 라이트백 서현호마저 부상 악재를 만나 전력에서 이탈했다. 확실한 해결사가 절실했던 타이밍에 김재순이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다.
김재순은 전역 동기인 이병주가 코트 곳곳을 누비며 활력을 불어넣는 사이, 중심에서 벼락같은 중거리포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했다. 김재순의 존재감 덕분에 상대 수비가 바깥으로 끌려 나오면 동료들에게 공간이 열렸고, 안으로 좁혀 서면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김재순의 성장은 개인 기록을 넘어 하남시청의 공격 구조 자체를 바꿀 만큼 파괴적이었다.
기회의 순간을 묵묵히 기다리던 유망주에서 팀의 공격을 책임지는 든든한 거포로 거듭난 김재순. 이번 기량발전상 수상은 그의 피나는 노력이 만들어낸 값진 훈장이다. 화려한 에이스의 탄생을 알린 김재순의 활약 덕분에 하남시청은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희망을 품게 됐다.
<사진 출처=한국핸드볼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