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임시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가 취임 및 9~10월 A매치 4연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명확한 발탁 기준을 내세웠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충남 천안의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수 선발에 대해 “우리의 분명한 기준은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이다. 모든 한국 선수가 이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과거 이력이 아닌 지금 경기장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우리 팀에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팀을 향한 ‘열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과 눈을 마주쳤을 때 대표팀에서 뛰고자 하는 욕구가 보여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유형의 선수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은 떠났고, 대한축구협회는 차가운 시선 속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공개 채용을 통해 지난 2일 모레노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모레노 감독의 임기는 11월 A매치까지다. 이번 4연전을 포함해 총 6경기를 치른 뒤 성과에 따른 평가를 통해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지휘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 포함됐다. 결과와 내용 외에도 팬심까지 다시 잡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그럼에도 모레노 감독은 자신의 강점인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30인 명단을 추렸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복잡한 과정을 통해 선수를 선발했다. 약 1,700여 명의 선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원을 추려나갔다. 게임 모델, 플레이 스타일, 선수들의 특성과 프로필을 토대로 명단을 발탁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레노 1기에는 한국 축구의 삼대장인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을 포함해 해외파 18명과 국내파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깜짝 발탁은 총 3명이다. 최근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로 이적해 번뜩이는 활약을 보여주는 김민수,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핵심 수비수로 활약 중인 김건희,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준 미드필더 김천상무 박태준이 생애 첫 태극마크의 영광을 안았다.
반가운 얼굴도 다수 있다. K리그1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FC서울의 수문장 구성윤이 약 4년 2개월 만에 돌아왔고, 수비수 최준, 미드필더 정승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김봉수(대전하나시티즌), 송민규(나시오날), 오세훈(시미즈 S펄스), 조현택(울산 HD)도 포함됐다. 다만,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승우(전북 현대)의 선발은 이번에도 없었다.
지금 당장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 균형 잡힌 모습과 대표팀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운 만큼,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 도전을 향한 또 한 번의 치열한 경쟁 체계를 내세운 셈이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일조한 이강인, 나폴리 시절 팀의 33년 만의 우승을 이끌고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를 차지한 김민재,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부터 김민수, 김건희, 박태준 등 최초 발탁된 3인까지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대표팀 특성상 소집 기간이 짧은 만큼, 단시간 내 게임 모델·기술 철학·조직력 등을 만들어야 한다. 모레노 감독은 “한 팀에서도 하나의 게임 모델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대표팀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술에 맞는 선수를 잘 찾는 게 중요하다”라며 “선발 과정에서도 각 포지션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선수들과 첫 대면 후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요하게 분석을 이어온 가운데 게임 모델도 일찌감치 고려했다. 모레노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K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포메이션이다. 선수들에게 익숙할 것 같다. 선수들에게 발탁 배경에 대해 설명한 뒤 각자 어떤 부분을 잘하고 있고, 어떤 부분을 보완할지 짚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레노 감독은 임시직이지만, 향후 일정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과정을 밟으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기 내용을 잘 못 만들면 승리도 어렵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