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유아인은 지옥의 사자가 찾아오는 현상이 신의 계시라고 설명하는 신흥 종교 새진리회의 수장 정진수 역을 맡았다. 유아인은 3부 만에 죽음을 맞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지옥을 상징적으로 완성시켰다. 특히 그가 아니었으면 정진수는 누가 그려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캐릭터에 스며들었다.
유아인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Q. ‘지옥’을 관람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는지.
“처음 봤을 때는 관객 입장으로 봤던 것 같다. 작업자 입장에서 보면 작품을 판단하게 돼서 정상적인 감상이 힘든데, ‘지옥’은 감상이 가능했던 작품이었다. 몰입감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몰아보기 하다보니 끝나있더라. 신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회차가 공개되는 드라마는 몰아보기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생기더라. 그래서 몰입의 힘이 있는 것 같더라. 인기는.. 다 1등 좋아하니까 저도 좋아한다. 배우로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중요한 건 1등은 맨날 매일 전세계를 무대로 일어날 일이 아닐테니까. 이런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로 소개할 수 있는 게 가장 반가운 것 같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점점 치열해지는 과정속에서 좀 더 폭 넓은 반응들, 관객들의 반응을 얻으면서 총체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게 배우로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것 같다.”
Q. 뜨거운 호응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평이 있다면?
“제일 기분이 좋았던 거는 외국 분들이 주신 반응도 좋았지만, 한 한국분이 유튜브에 올린 댓글인데 ‘그래. 세계 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을 보고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으면서 부담스러웠던 댓글이 있다. 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워낙 그동안 쳐줘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 같아서 부담도 있고,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칼날같은 시선이 느껴져서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단순히 좋은 연기를 연구하면서 유아인이라는 이미지를 저마다 가져가는 한국 관객들, 섭입견 기대감을 가진 분들과 어떻게 호흡을 가져갈지도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외국분들에게 어떤 깨끗한 연기를 보여줄지를 생각하면서. 마음에 끌리는 것에 가깝게 인물에 다가가고 표현하려고 한다. 그렇게 현장에 임하고 있다.”
<지옥> 유아인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Q. ‘지옥’은 다소 어려운 주제에도 큰 사랑을 받았다.
“저는 전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컬러, 패션, 헤어스타일이 단기적인 유행이지만, 작품에서 소재로 쓰여지는 외계인, 저승사자도 유행을 타면서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장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하지만. 지옥과 천국의 소재는 영원불변이라고 생각한다. 수도 없이 사용됐을 ‘지옥’을 2021년 연상호라는 창작가가 만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인터넷 화면안에서 전쟁을 치루는 것을 풍자가 될 수 있고, 믿음, 정치를 풍자할 수 있다. 그게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괴수가 나오는 것 같은 오락성이 짙은 작품, 흥미진진한 스토리에서 깔려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동시대에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락성 있는 작품에서 간결하게 메시지를 녹아냈다고 생각했다.”
Q. 연상호 감독이 가장 마음에 가는 캐릭터로 정진수를 꼽았다. 그러면서 유아인 배우가 정진수 캐릭터를 예민하게 섬세하게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나.
“사이비 종교 교주다. 젊은 나이에 그런 일을 담당하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감독님과 레퍼런스를 통해 계속 구체화시켰다. 정진수를 소개할 수 있는 정보를 구체화시키는 방법을 밟은 것 같다.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와는 동떨어진 반전을 주는 캐릭터를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사이비 교주들의 영상을 보고 접했을 때 ‘믿습니까’ 이런 분들은 별로 없더라. 나긋하고 조곤조곤하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라. 그런 분들에게 소스를 따온 것도 있다. 정진수는 출연 분량에 비해 극의 에너지를 만들고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까 수위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었던 것 같다. 선이 굵은 캐릭터고, 다른 인물들은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진수는 떠있는 인물 같았다. 이런 차이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촬영 진행되면서 다른 배우들과 합이 이뤄지면서 적절하게 밸런스가 맞는 톤을 찾아갔던 것 같다.”
유아인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Q. 연상호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든 소감이 궁금하다. ‘연니버스’의 매력을 느꼈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지만, 그 연출자의 한 발은 현실 세계에, 한 발은 그 세계에 걸쳐있다. 그걸 끊임없이 조율하면서 우리가 다른 세계이고 황당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세계를 만드는 게 연상호 감독님이 만드는 연니버스의 매력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작업하면서는 이 사람이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고 하고 싶은 거 다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연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옆에서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정진수라는 인물이 너무 빨리 죽어 보는 이들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아쉽다는 반응도 있는데, 시즌2가 제작된다면 부활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저는 돌아오면 좋죠. 하하하하. 장난삼아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적게 나오고 최대치의 효과를 내는 인물이었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있고, 저도 아쉬움 넘어 재등장을 바라는 사람이다. 살아날 것 같지 않아요? 하하하.”
Q. 실제로 정진수처럼 ‘20년 뒤 죽는다’는 고지를 받으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나.
“고지를 받지 않았지만, 저는 20대를 그렇게 산 것 같다. 왜냐하면 상당히 느끼한 겉멋과 허세에 찌들어서 죽음을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진수와는 달랐지만, 나를 좀 더 과감하게 던지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과감하게 실험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20대를 생각하면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에너지로 살았기 때문에. 순간순간 저의 에너지가 다음이 없을 것 같은 상태처럼 느껴졌다. 진수를 연기하면서 저의 과거가 상기되고 잘살겠다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치기를 비웃어보기도 했다. 모르겠다. 고지를 받지 않았지만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살지 않나. 대부분의 시간이 그것이 없는 것처럼 살지만 죽음은 항상 주변에 존재하고, 그 앞에서 태도가 제 20대처럼은 아니지만 정제된 모습의 성장한 모습을 그려보게 하는 것 같다. 지금 저의 30대의 인생에서는.”
Q. 영화 ‘사도’의 사도세자, ‘버닝’의 종수, ‘국가부도의 날’에서 앞날을 내다본 펀드매니저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지옥’의 정진수 의장 역할이 유아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나.
“바라는 바가 없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사도’나 ‘베테랑’처럼 선 굵은 캐릭터를 맡으면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편으로 저를 가두는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후 다른 시도를 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간도 가졌다. 또 다시 정진수라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레벨업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내 안에 에너지를 다루는 방법, 그것을 적절하게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이 실험적으로 던지지만, 개인적으로 시도를 해볼 수 있던 작품이고 캐릭터였던 것 같다. ‘더 센 연기다’의 차원이 아닌 한 배우로서 저의 스스로 성장을 그리는 과정, 발전시키는 과정이 있을 것이고. 관객들이 느껴지는 감정 안에서 저를 그렇게 받아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