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랑 들롱의 참 멋은 비장함에 있다.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은 비참한 최후다. <볼사리노> <암흑가의 두사람> <미망인> 등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알랑 들롱의 죽음이다.
<지하실의 멜로디>를 통해 명 콤비가 된 장 가방과 알랑 들롱 그리고 앙리 베르누이 감독이 다시 손을 잡았다.
1970년 작 <시실리안>은 운항 중인 비행기 안에서 보석 강탈이라는 어마무시한 스펙터클과 유럽영화 특유의 섬세함과 허무함을 함께 장착시킨 오락영화의 백미다.
형사 리노 벤추라와 마피아 두목 장 가방 그리고 킬러 알랑 들롱(왼쪽부터). <시실리안>은 이들 세 명의 숨막히는 심리전이 긴장감 있게 펼처진다.
킬러 로저(알랑 들롱)는 재판 날, 호송차에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로저는 자신을 구해준 시실리아 출신의 마피아 두목 빗토리오(장 가방) 집에 몸을 숨긴다. 빗토리오가 로저를 구출한 것은 엄청난 사업(?)을 위한 포석이었다.
한편 르 고프 경감(리노 벤추라)은 로저의 악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인물로 로저의 탈출에 빗토리오가 연결돼 있음을 직감하고 추적한다.
로저는 빗토리오의 큰 며느리 잔느(이리나 데믹)의 미모에 반한다. 잔느 역시 냉혈한 같은 킬러 로저에 호감을 갖는다. 둘은 이탈리아 별장에서 관계를 맺고 마는데 이를 잔느의 어린 아들이 목격한다.
빗토리오와 로저는 파리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보석을 탈취한다. 비행기를 고속도로에 비상착륙시켜 대기하고 있던 한 패와 함께 보석을 훔쳐 유유히 달아나는 장면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빗토리오로부터 자기 몫을 받으러 나온 로저. 로저는 이 돈으로 잔느와 새로운 삶을 꿈꾼다. 빗토리오는 약속 장소로 나온 로저와 잔느를 무참히 살해한다. 로저는 죽기 일보 직전에서야 자기가 죽는 이유를 알게 된다. 비정미가 넘쳐 흐른다. 영화 내용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주제곡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