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안성기가 생전 아들 안다빈 작가에게 남긴 편지가 공개됐다. ‘국민 배우’의 영면에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세상에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고인의 따뜻한 한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故 안성기의 장례 미사 및 영결식이 거행됐다. 소속사 후배 정우성, 이정재를 비롯해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정준호 임권택, 배창호 감독,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리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아들 안다빈 작가는 배창호 감독, 배우 정우성의 추모사 낭독 이후 유족을 대표해 단상에 올라 조문객들에게 인사했다.
안다빈 작가는 “하느님 품으로 떠나신 아버님을 배웅해 주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5일간 슬픔을 함께해주시며 장례를 주관하시고 지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버지는 남에게 누를 끼치는 일을 가장 경계하셨다”고 말문을 연 안다빈 작가는 “아버님께 따뜻한 사랑을 주신 분들께 몇 마디 감사 인사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아버지는 천국에서도 영화인의 직업정신을 지켜갈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모든 어른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장례위원 분들과 함께 준비가 된 부분”이라고 밝힌 안다빈 작가는 사전에 상의가 안 된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전하면서,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아버지의 서재를 들어가봤다. 어렸을 때부터 신성한 곳으로 여겨 들어가는 것도 늘 조심스럽게 생각했던 공간인데, 오랜시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셨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저에게 써주셨던 편지를 발견했다”며 “기억 안 나지만 5세쯤에 유치원 과제로 그림을 그리면 편지를 써주셨던 과제가 있었다. 모두에게 남기고 가신 메시지인 것 같아 읽어보겠다”고 준비해온 편지를 꺼내 들었다.
안다빈 작가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인이 직접 적은 편지를 읽어나갔다. 편지 속 故 안성기는 아들을 향해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빼어닮은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빠는 눈물을 글썽거렸지.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며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며, 평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도전해 보아라, 그러면 네가 나아갈 길이 보인다“”며 “동생 필립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고, 함께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1993년 11월 아빠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재발해 회복에 전념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쓰러진 그는 중환자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했고 6일 만인 지난 5일 하늘로 떠났다. 고인은 화장 절차를 거쳐 경기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에 든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