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최고 시청률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도 훼손된 주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타이틀롤을 맡았던 배우 아이유(이지은)와 변우석이 최종회 직후 불거진 거센 역사 왜곡 논란에 결국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의 얇팍한 자막·오디오 수정 처방에 이어, 주연 배우들까지 직접 등판해 사과문을 올린 것은 이번 사태가 가진 폭발성이 단순히 예능적 해프닝 수준이 아님을 방증한다.
18일 아이유와 변우석은 각각 개인 SNS를 통해 장문의 사과문과 자필 손편지를 게재했다. 작품의 흥행 단물을 모두 빨아마신 직후 터져 나온 주연 배우들의 연쇄 사과는,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져 있던 ‘고증 불감증’이라는 연예계의 지독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주인공 성희주 역으로 분했던 아이유는 “작품의 주연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음에도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면피성 변명 대신 “미리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며 자신의 안일함을 매섭게 채찍질한 정면 돌파다.
남자 주인공 이안대군 역의 변우석 역시 주말 내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자필 편지를 올렸다. 그는 즉위식 장면을 염두에 둔 듯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부족했다”며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까지 책임감 있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새겼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태는 주연 배우들의 사과로만 뭉개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역사 강사 최태성 등 학계에서 지적했듯, 전 세계가 지켜보는 OTT 플랫폼 시대에 조선의 왕이 제후국을 뜻하는 ‘구류면류관’을 쓰고 신하들이 ‘천세’를 외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명백한 기만이자 리스크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다.
스타들의 몸값에는 아낌없이 수억 원을 지불하면서, 정작 극의 근본을 이루는 역사 고증에는 단 몇 십만 원도 아까워하는 제작 환경의 이중성이 이번 ‘대군부인 참사’를 낳았다. 배우들 또한 대본 속 텍스트와 비주얼이 가진 역사적 무게감을 간과한 채 ‘연기’라는 껍데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마지막 회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지만, 역사를 대하는 가벼운 태도로 인해 ‘흥행작’ 대신 ‘왜곡작’이라는 독한 주상절리를 남기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배우가 리스크를 회피하거나 모면하려 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뼈아픈 조언을 수용하며 성찰의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역사적 가치를 지켜내야 할 K-콘텐츠 시장에서 이번 아이유와 변우석의 사과는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하듯 톱스타라는 이름표가 단순히 벼슬이 아님을 두 배우는 이번 반성문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감성적인 호소 뒤에 숨은 이들의 다짐이 향후 차기작에서 어떤 ‘진실된 모습’으로 발현될지 대중의 매서운 눈이 쏠려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