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이라는 초대형 고증 참사를 일으키며 방송가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긴 MBC 금토극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이 연쇄 백기 사과를 올리며 사선에 선 가운데, 이 작품의 유일한 수혜자로 꼽히던 배우 공승연마저 지독한 역풍의 유탄을 맞았다. 다 차려진 전성기 밥상에 재가 뿌려진 셈이다.
20일 오후 8시 45분 방송되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데뷔 15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배우 공승연이 게스트로 등판한다.
당초 ‘대군부인’의 흥행 후광을 입고 기획된 특집이었으나, 작품이 종영과 동시에 ‘역사 왜곡작’으로 붕괴하면서 본방송을 앞두고 지독한 흔적 지우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원인은 ‘21세기 대군부인’ 11회에서 터진 국가적 자주권 훼손 논란이다. 조선의 왕이 속국을 뜻하는 구류면류관을 쓰고 신하들이 ‘천세’를 외치는 해괴망측한 고증 참사가 터지자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섰다.
주연인 아이유와 변우석의 연기력 리스크 속에서 오직 연기 하나로 호평받아 ‘최대 수혜자’로 등극했던 공승연으로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앞서 공개된 ‘유퀴즈’ 선공개 예고편에서 공승연은 “나도 아이유, 변우석 열차에 탑승해 보고 싶었다”라며 쾌활하게 흥행 소회를 밝혔고, 자막 역시 ‘15년 만의 전성기’를 대대적으로 자축했었다.
하지만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유퀴즈’ 제작진은 방송 당일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드라마와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이 제외됐다.
이번 ‘유퀴즈’의 다급한 태도 변화는 ‘대군부인’ 사태가 지닌 중압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18일 주연인 아이유와 변우석이 “대본 공부가 부족했다”며 서둘러 반성문을 올린 데 이어, 19일에는 박준화 감독이 취재진 앞에서 눈물로 오열하며 사죄했고 유지원 작가 역시 늑장 사과문을 게재했다.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아 챙긴 톱스타들과 핵심 제작진이 줄줄이 고개를 숙인 마당에, 가상의 역사를 방패 삼아 꿀을 빨던 주변인들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내보내는 것은 예능 제작진으로서도 엄청난 리스크였을 터다.
스타라는 타이틀이 면죄부가 되는 벼슬은 아니다. 작품의 근본이 무너진 상황에서 공승연과 ‘유퀴즈’가 택한 ‘동생 정연 마케팅’이 대중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정연이 쿠싱증후군으로 투병할 당시 공승연이 수시로 숙소를 찾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보살폈다는 눈물겨운 자매간의 의리는 분명 감동적인 소스다.
하지만 화제성을 위해 논란이 된 작품의 흔적을 칼같이 도려내고 감성 호소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리스크 관리가 자칫 대중을 향한 또 다른 눈가림으로 비치지 않을지 매서운 시선이 교차한다.
논란 속에서 방송을 감행하게 된 공승연의 ‘유퀴즈’. 과연 대군부인의 짙은 역사 왜곡 그림자를 지워내고 15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오늘 밤 안방극장의 매서운 검증 매커니즘이 기다리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