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 아이돌 팬덤 문법을 흡수해 주류가 됐듯, 보수적인 전통 국악계에도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맨 앞줄에 김준수가 있다. 오는 7월 4일 열리는 ‘김준수 1st 팬 콘서트 [준수한 판]’은 단순한 1회성 공연이 아니다. 젊은 명창이 대중과 호흡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시도다.
김준수가 걸어온 길은 이른바 ‘국악 명가’에서 대를 이어 소리를 배운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다. 전남 강진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누나가 부르는 ‘춘향가’에 반해 스스로 소리의 길을 택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과 부모님의 반대 속에서 판소리를 배웠다.
결핍이 때론 가장 강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맨땅에서 시작한 고단함은 그에게 “판소리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심어주었다. 중앙대 재학 중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실력을 인정받은 뒤에도, 그는 틈날 때마다 무대 밖으로 나와 대중 곁으로 다가갔다.
‘국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그저 수려한 외모 덕분에 붙은 게 아니다. 그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부지런히 오갔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무대에 섰고,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과 협업해 판소리 춘향가를 불렀다. JTBC ‘풍류대장’ 준우승에 이어, MBN ‘현역가왕2’에서는 트로트 가수들 사이에서 최종 5위에 오르며 타 장르 시청자들에게 국악의 매력을 확실히 알렸다.
이런 파격적인 행보 속에서도 중심은 단단히 잡았다. 타 장르와 섞이면서도 2021년 KBS 국악대상 판소리상과 대상을 받으며 국악인으로서의 실력을 확고히 인정받았다. 현대적인 옷을 입고 방송에 나서면서도 무대 위에선 흔들림 없이 판소리를 완창하는 모습, 이것이 대중이 김준수에게 열광하는 진짜 이유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팬콘서트’라는 형식이다. 국악인들이 주로 여는 무거운 ‘독창회’나 ‘발표회’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버렸다. 이는 무대 위에서 대중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 곁으로 다가가 직접 소통하겠다는 뜻이다. “소리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팬분들의 사랑”이라는 그의 말처럼, 대중과의 관계를 중심에 둔 선택이다.
공연 제목인 ‘준수한 판’도 재치 있다. 직관적으로는 ‘김준수의 판’이라는 뜻이지만, 대중 앞에 ‘품격 있고 제대로 된 판’을 펼치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동안 국악의 대중화는 종종 억지스러운 퓨전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소모되곤 했다. 하지만 김준수는 관현악단과 협연할 때면 잊혀 가는 창극 곡들을 먼저 제안하고, 예능과 콘서트 무대를 누비며 스스로 판소리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오는 7월 열릴 이 ‘판’은 그가 걸어온 길을 팬들과 함께 나누는 진솔한 자리가 될 것이다. 명창의 무거운 감투를 잠시 내려놓고 대중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소리꾼 김준수. 그가 땀 흘려 준비한 다채롭고 ‘준수한 판’이 침체된 공연계에 어떤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지 자못 기대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