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돌풍이 묻는 것” 학교판 사이다에 열광하는 씁쓸한 민낯 [홍동희 시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공개 첫 주 화제성 지수 5만 4,881점을 기록하며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갈아치운 데 이어, 단 3일 만에 640만 시청 수를 달성하며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주연 나화진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 역시 출연자 화제성 1위에 등극하며 흥행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온라인에는 “통쾌하다”, “현실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찬사가 연일 쏟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폭발적인 ‘사이다’ 열풍 이면에 숨겨진 대중의 불안과 한국 사회의 씁쓸한 민낯을 서늘한 눈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사진=천정환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사진=천정환 기자

대중이 가상의 정부 기관인 ‘교권보호국’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응징 서사에 이토록 강하게 몰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작품이 단순히 허구의 학원 액션물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극의 뼈대를 이루는 에피소드들은 서이초 사건,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14세 촉법소년 범죄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실제 사건들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이 잔혹한 현실 모티브들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기시감을 안긴다.

대중이 극 중 인물들의 ‘사적 제재’에 가까운 응징에 열광하는 근본적 배경에는, 범죄자와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솜방망이 사법 시스템과 제도적 한계에 대한 짙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법과 제도가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뼈아픈 무력감이, 주먹을 동원해서라도 악을 처단하는 ‘학교판 배트맨’을 갈망하게 만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사진=넷플릭스

사실 ‘참교육’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숱한 암초에 부딪혔던 프로젝트다. 동명의 원작 웹툰은 흑인 비하(N단어 사용 등) 및 인종차별, 성차별적 요소, 지나친 폭력 묘사로 인해 북미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배우 김남길이 캐스팅 제안을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거절하며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치명적인 리스크를 영리한 각색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원작의 혐오 및 차별적 독소 조항을 원천 배제하고, 직접적인 신체 체벌의 수위를 간접 체벌 형태로 대폭 낮추었으며, 가해자 응징을 넘어 피해자의 정서적 복구에 시선을 맞췄다. 주연 김무열은 자칫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캐릭터의 부담감을 특유의 묵직한 액션과 입체적인 연기로 훌륭히 승화시켰다. 외신의 호평과 더불어 할리우드 스타 존 시나로부터 ‘샤라웃(공개적 지지)’을 받는 등 글로벌 화제성까지 거머쥐며 논란을 흥행으로 뒤덮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안방극장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서글픈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논평을 통해 “드라마보다 참혹한 학교 현실이 더 서글프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직업적 자부심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교원이 절반(49.2%)에 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기세가 무섭다. /사진=넷플릭스

교사들이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지점은 폭력적 응징 그 자체가 아니다. 악성 민원과 통제 불능의 학생들에게 손발이 묶인 현실 속에서, 극 중 교육부 장관과 교권보호국처럼 ‘국가 시스템이 앞장서서 교사를 지켜준다’는 판타지가 거대한 대리만족을 안긴 것이다. 현장 교사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나화진의 ‘주먹’이 아니라, 교권과 학습권을 촘촘하게 보호할 단단한 ‘법적 보호장치’다.

전문가들 역시 이 짜릿한 사이다 서사가 품은 위험성을 경고한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의 답답함을 폭력으로 대리 만족하는 현상이 강해질 경우 “정서가 둔감해질 수 있다”며 공적 담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폭력이 수단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일시적 쾌감을 줄 수는 있으나, 결코 현실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참교육’의 거대한 흥행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상처 입은 교육 현장의 정의로운 회복인가, 아니면 그저 쌓여버린 분노의 일시적인 배설인가. 이 드라마의 통쾌함이 단순한 팝콘 콘텐츠로 휘발되지 않으려면, 이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교권과 학생 인권이 상호 존중받는 ‘공적 시스템 회복’을 위한 치열한 사회적 토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실은 어떤 드라마보다 가혹하며, 우리에겐 브라운관 속 영웅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시급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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