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이라 낙인찍더니”…6년 만에 드러난 한지상 검찰 공소장의 반전[MK★이슈]

배우 한지상을 둘러싼 지난 6년의 시간은 서글프다.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의혹이 인터넷 환경을 만나 한 인간의 직업과 평판, 그리고 삶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2020년 처음 의혹이 터졌을 때 대중은 사건의 정밀한 법적 구조를 따지기보다 자극적인 프레임에 먼저 반응했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성추행 논란 배우’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고, 그 낙인은 해명보다 훨씬 집요하고 끈질겼다.

최근 한지상 측이 공개한 검찰 공소장은 그래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여기서 대중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명확한 팩트가 있다.

한지상. /사진=MK스포츠 DB
한지상. /사진=MK스포츠 DB

이번 사안은 한지상이 성추행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이 아니다. 검찰이 한지상을 향해 수년간 허위 비방 글을 퍼뜨린 유포자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식 공소장에 “한지상은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성범죄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소속사의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국가 사법기관의 공적 문서를 통해 그간 그를 괴롭힌 낙인의 문장들이 ‘거짓’이었음이 증명된 순간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선동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문서로 확인된 법적 사실이다.

이 사건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법적 판단의 속도와 여론의 처벌 속도가 전혀 다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2020년 검찰이 상대 여성의 공갈미수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을 때, 많은 사람은 이를 ‘한지상의 가해 사실 인정’으로 잘못 받아들였다. 하지만 당시 불기소의 진짜 이유는 협박의 강도가 형사 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법적 디테일일 뿐이었다. 한쪽의 무혐의가 다른 한쪽의 유죄를 뜻하는 게 아니었음에도, 눈먼 여론은 이러한 법적 사정을 차분히 기다려줄 만큼 인내심이 없었다.

결국 사실 대신 이미지가 그의 삶을 지배했다. 한지상은 2022년 뮤지컬 무대에 복귀했지만 기사마다 비난이 쏟아졌고, 2023년에는 일부 관객들의 거센 하차 요구에 직면해 극도의 불안감과 수면장애를 겪으며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인터넷 댓글 몇 줄로 시작된 의혹이 실제 캐스팅과 생계, 정신까지 망가뜨린 셈이다. 올해 3월 성균관대학교가 학생들의 반발로 그의 강사 임용을 철회한 장면은 낙인의 무서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적 전과가 없는 시민이라도 여론재판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매장이 가능하다는 서글픈 선례를 남겼다.

한지상. /사진=MBN스타 DB
한지상. /사진=MBN스타 DB

이번 사건이 주는 메시지는 한 배우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선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주 ‘판결문 대신 해시태그’를 믿고, ‘사실관계 대신 낙인’으로 손쉽게 돌을 던지는지 뼈아프게 되묻고 있다. 성폭력 의혹 제기를 가볍게 보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중대한 사안일수록 미디어와 대중은 더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혐의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행위가 당연한 정의처럼 포장돼선 안 된다. 정밀함이 실종된 분노는 정의가 아니라 폭주일 뿐이다.

한지상 개인에게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상처 입은 명예는 법적 문장 한 줄이 나왔다고 해서 마법처럼 하루아침에 복구되지 않는다. 무너지는 건 찰나였지만 쌓아 올리는 회복의 시간은 늘 더디고 외롭다. 하지만 이제 질문의 방향은 바뀌어야 한다. 오랜 시간 그를 따라다닌 질문이 “진짜 그랬냐”였다면, 이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왜 우리는 그렇게 쉽게 한 사람을 단정하고 짓밟았는가”여야 한다.

의혹은 불처럼 번지고 진실은 늘 자극적인 서사보다 늦게 도착한다. 법보다 빠른 여론은 과연 언제나 정의로운가. 한지상 잔혹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 불편한 질문 앞에서, 이제는 모두가 한 호흡 고르며 신중해져야 할 때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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