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말 많은’ 윤경호의 시대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부터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까지, 2026년을 뜨겁게 달군 두 드라마에는 배우 윤경호가 있었다.
그야말로 ‘흥행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하자 윤경호는 무척이나 민망한 듯 “그런 말들이 저를 제로베이스로 가게 만드는 이유다. 그런 생각이 저에게 찾아온다면, 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조심스럽다”며 길지만 그렇기에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어떤 작품이든 언제나 같은 마음,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내가 잘해서’ ‘내가 잘나서’와 같은 온전하지 못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그 결과 역시 온전히 못하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잘나서가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이지, 저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인기와 사랑은 그저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찾아오는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제가 잘됐을 때도 있고 힘들었을 때도 있었는데, 그저 그 전의 작품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잘 됐기에 다음도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저를 교만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윤경호가 출연한 ‘김부장’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첫 방송 당시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출발한 ‘김부장’은 3회 만에 20%를 돌파할 뿐 아니라,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다가 8회에서 23.1%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김부장’이 끝난 하루 동안 일부러 핸드폰을 멀리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 윤경호는 “많은 분들이 축하 문자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마음이 더 혼란스럽고 떠나보내기 힘들 것 같았다. 복날에 못 먹었던 삼계탕도 먹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가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 이름을 검색하면서 ‘킥킥’ 웃었는데, 막상 끝나니 마음이 더 혼란스럽고 떠나보내기 힘들 것 같아, 일부로 멀리했어요. ‘김부장’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감사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 감정에 너무 심취될 경우, 배우로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데 있어 너무 기름지게 만들까 걱정했고, 그렇기에 다시 0을 찾으러 가자 싶었죠.”
드라마가 잘 될 줄 알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떤 작품이든 마찬가지지만 예상 못 했다. 언제나 그랬듯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했을 뿐”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잘될 거로 생각했으면 더 과감하게 나갔을 거 같아요. 혹시라도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면 안 되니,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했어요. 코믹한 장면을 하면서도 진지한 장면과 붙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죠. 소지섭 형도 찍는 내내 이 작품이 잘 될지 안 될지에 대해 종잡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다만 부디 우리의 준비가 시청자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이상의 것을 받아 많이 감동했어요.”
‘연예계 대표 수다쟁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윤경호는 과거 자신의 단점이자 콤플렉스처럼 느껴졌던 ‘말 많음’이 오히려 캐릭터가 된 현실에 감사함과 행복한 심경을 드러내며 “그동안 감추려고 했던 콤플렉스라고 생각한 말 많은 모습이 오히려 호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핑계고’를 통해 봉인이 해제되고,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저 신기합니다. 여전히 말은 조심해야 하고, 아끼고 싶고,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해요. 짧은 말로 표현이 안 되니 다른 말을 찾는 거고, 그러다보니 길어지는 거니까요. 다만 이런 저를 ‘밥친구’로 여겨주시고, 호감으로 봐주시는 자체가 무척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심심하고 외로우신가, 그래서 이런 수다가 듣고 싶으신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만약 그렇다면 계속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하하.”
김부장(소지섭 분)에게는 성한수(최대훈 분)과 박진철(윤경호 분)이라는 소중한 친구가 존재한다. ‘김부장’에서 함께 ‘아빠 유니버스’의 한 축을 만들어 나갔던 소지섭과 최대훈과의 케미에 대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서 함께 연기할 때마다 들떴었기에, 셋이 만들어 냈던 호흡과 케미가 너무 그리울 것 같다”며 진한 우정을 자랑했다.
“소지섭 형님과는 영화 ‘군함도’와 ‘외계+인’에 이어 세 번째 함께 하는 작품이에요. 예전부터 그랬지만, 소지섭이라는 배우는 조용조용하면서도 멋있는 사람입니다. 솔선수범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료들을 배려하며, 힘든 티를 한 번도 내지 않죠.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존재라고나 할까요. 이번에 지섭이 형이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동안 가까이에서 받았던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었고,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최대훈의 경우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기도 하고, (최대훈의) 와이프와도 연극을 함께한 적이 있어요. 서로의 작품이 잘됐을 때 서로 축하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기기도 했는데, 그런 친구들과 이번 작품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출발할 때부터 들떠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모든 걸 도맡아 할 테니, 세 사람이 친해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성격이 너무 잘 맞았고, 저는 옆에서 열심히 놀기만 하면 됐어요. 작품 안에서 배우들이 각자의 인물로 애드리브를 주고받으며 극을 이어가는 과정도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이 상황과 동선을 던지고 ‘슛’을 외치면, 마치 그 상황극과 즉흥극 안에 실제로 놓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애드리브가 튀어나왔죠. 그러면 서로 받아주고 이어갔죠. 동료 배우와 충분히 친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런 호흡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때마다 정말 들뜬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현장에서 소지섭과 최대훈으로부터 “조심하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한 윤경호는 “최대훈과 ‘우리가 얼마나 출세했냐. 그만큼 감사하고 조심하자’라고 말을 한다. 지섭이 형도 저에게 ‘조심해라’ ‘뭐든 경거망동하지 말고, 예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조심하라’고 말씀 많이 해주셨다. 우리를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됐다. 그래서 우리끼리 남은 방송이 나갈 때까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자 했다. 전화도 조심하고 카톡도 조심하자고 했다”고 남다른 비하인드에 대해 털어놓았다.
“사실 지섭이 형님의 경우 분장실부터 말수가 없으세요. 그런데 저는 말수 없는 사람의 말을 끌어내는 것을 좋아하죠. 그래서 옆에서 ‘형 말하고 싶죠?’ ‘심심하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죠?’라고 하면서 자꾸 장난치고 말 걸고, 껴안고 그랬어요. 싫어하실지도 모르는 그 경계에서 장난을 쳤었어요. 사실 천원짜리도 제 애드리브였어요.(웃음) 선배들에게 까불다가 혼나기는 했지만, 지섭이 형님은 귀엽게 잘 받아주셨어요. 소지섭 형님은 정말 형이었어요. 힘든데 내색 안 하고, 재가 말을 할 때마다 ‘재밌다, 더 해봐라, 별로이면 감독님이 편집하시겠지, 해보자’ 등으로 많이 격려해 주셨어요. 네일아트도 형의 아이디어였어요. 제가 현장에서 말을 많이 시켰는데, 소지섭 형님은 사실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윤경호이지만, ‘수다쟁이’라는 예능적인 이미지가 고착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걱정의 시기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윤경호는 이 같은 고민은 팬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런 일은 있었어요. 공약으로 묵언수행을 하면서 팬들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팬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다가 울기도 했다. 내가 예능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염려하는 마음을 가진 팬들이 있었는데, ‘배우로서 잘해왔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지, 예능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좋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마음에 후시딘을 발라주는 것 같았어요. 무명 시절에는 나를 아무도 몰랐을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낯선 사람이 대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독님께는 모험이었고, 제가 넘어야 할 디폴트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수다스럽고 익살스러운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저는 이러한 부분이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무기라고 생각해요. 이 이미지를 베이스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나에게 어떤 고정관념이 생긴다면, 그것을 잘 활용해 영리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기존의 이미지가 남긴 잔상을 새로운 모습으로 잘 녹여낼 수 있도록, 앞으로 새로운 것을 잘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도 계속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가 있습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연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윤경호는 “저는 이타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기에, ‘당신은 이런 면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신이 난다. 누군가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사실이 저를 설레게 하면 그 역할이 크든 작든 무조건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부장’이 시즌2를 한다면 계속할 의사가 있을까. 이에 대해 윤경호는 “시즌2에 대해 논의된 것이 진짜 하나도 없다”고 고백했다.
“‘김부장’에서 만들었던 케미가 좋았던 저로서는, 김부장과 박진철, 성한수의 세계관을 보내기가 아쉬워요. 저는 시즌2에 대한 엄청난 열망이 있습니다. 소지섭 선배도 ‘시즌2 가야지!’하셨고요. 그런 희망 사항의 연속이랄까요. 계속 외치다 보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한편에서 ‘시즌2’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하. 감독님께서 한 번은 ‘시즌2로 간다면 이 세 명을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으니 너무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농담하시더라고요. 만약 우리가 시즌2로 갈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