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돌파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결국 본업인 ‘연기’다.
지난 12일 종영한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는 최고 시청률 12.5%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극 중 권태성 역을 맡아 다정한 남편과 집요하고 예리한 기자의 양면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배우 정준원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그가 첫 지상파 장편 드라마의 주연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성장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가장 먼저 짚어볼 대목은 지난 8월 1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출연 직후 불거진 ‘태도 논란’이다. 작품 홍보차 선배 공효진과 함께 나선 예능 나들이에서 그는 시종일관 어색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는 방송 직후 무성의하다는 시청자들의 날 선 질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종영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털어놓은 정준원의 입장은 변명과 회피가 아닌 ‘인정과 성찰’이었다. 그는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예능 경험이 없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됐다”며 당시의 상황을 솔직하게 복기했다.
특히 평소 우상처럼 여겼던 유재석 앞에서 너무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컸고, 그로 인해 오히려 머리가 하얘지며 이른바 ‘고장’이 나버렸다는 것이다. 낯선 예능의 문법과 긴장감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예능 초보 배우들의 뼈아픈 실수들은 방송 현장에서 종종 목격되는 안타까운 이면이기도 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논란을 마주하는 그의 대처법이다. 정준원은 시청자들이 느꼈을 불편함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현장 제작진과 유재석, 공효진에게도 위로를 받으며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음을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결국 작품에서 연기로 설득시킬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고백은 위기를 극복하는 배우의 가장 정석적이고 단단한 내면을 보여준다. 미숙함을 억지로 숨기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진짜 가치를 본업으로 증명해 내겠다는 묵직한 책임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작 웹툰 팬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던 ‘캐릭터 싱크로율 및 외모 지적’에 대한 반응 역시 결을 같이한다. 비주얼 평가에 대해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 없다”고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연기로 욕먹는 것보다는 덜 속상하다”고 웃어넘기는 대목에서는 묘한 여유마저 느껴진다. 원작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에 갇히기보다 현실적인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연기적 질감에 더 치열하게 집중했다는 그의 뚝심은, 긴 호흡의 극을 든든하게 끌고 가야 한다는 주연 배우로서의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대중의 잣대는 늘 냉혹하며,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주연급 배우에게는 더욱 엄격한 검증의 칼날이 드리워진다. 정준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 배우가 감내해야 할 ‘왕관의 무게’를 혹독하게 치렀다. 예능에서의 태도 논란이라는 거센 암초와 캐스팅 우려 속에서도, 그는 공효진이라는 든든한 대선배를 믿고 의지하며 보란 듯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견인해 냈다.
“연기자 정준원으로서 해나가야 할 숙제들을 많이 부여받았다”는 그의 말처럼, 일련의 아픈 경험들은 그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단단한 굳은살이 되었을 것이다. 낯선 무대 위에서 심하게 삐그덕거렸던 ‘인간 정준원’은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 앞의 ‘배우 정준원’으로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훌륭하게 이끌어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겠다는 우직한 다짐을 품은 그가, 다음 무대에서는 또 어떤 깊어진 얼굴로 대중을 설득할지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진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