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윤하가 하고 환불은 주최 측이 늑장… ‘호우 강행’ 그민페의 무책임한 참사 [홍동희 시선]

가을 음악 축제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그민페)’이 관객을 볼모로 잡은 무책임한 ‘배짱 영업’으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역대급 가을 폭우가 며칠 전부터 뚜렷하게 예고되었음에도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하다, 결국 관객들을 빗속에 방치한 채 ‘당일 취소’라는 최악의 자충수를 둔 것이다.

공식 SNS에는 호우 예보에도 강행을 고집하던 그민페 측이 결국 2일 차 티켓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이 올랐다. 또한 폭우로 무대가 취소되어 오르지 못한 가수 윤하가 관객을 향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알려졌다.

윤하. 사진 = 천정환 기자
윤하. 사진 = 천정환 기자

이번 사태는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닌 주최 측의 ‘인재(人災)’이자 무책임의 결과라 할 것이다.

기상청은 이미 수일 전부터 주말 내내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를 경고했다. 정상적인 페스티벌 기획사라면 관객의 안전과 아티스트의 무대 환경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 방침을 밝혔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민페 측은 “우천 시에도 공연은 진행된다”는 기계적인 공지만을 앞세워 끝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

결국 현장에 도착해 비바람을 맞으며 생고생을 한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현장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주최 측은 백기를 들고 2일 차 전면 취소와 환불을 선언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공지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공지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포스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포스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이다. 무리한 강행으로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주최 측은 안내문 뒤에 숨어버린 반면, 정작 빗속에서 팬들을 만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것은 아티스트들이었다. 윤하를 비롯한 무대에 오르지 못한 가수들이 팬들을 향해 거듭 미안함을 표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페스티벌의 본질은 음악을 매개로 관객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티켓값 몇 푼을 지켜보겠다고 재난 수준의 폭우 예보를 무시한 채 관객을 진흙탕으로 내몬 그민페의 얄팍한 상술은, 수년간 쌓아온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날씨는 통제할 수 없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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