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선 배우 김태희의 은은한 실버 새틴 드레스 자태를 두고 온라인이 뜨겁다.
최근 강남구에서 열린 한 하이주얼리 브랜드 창립 90주년 기념행사 포토월. 화려한 목걸이와 여전히 빛나는 이목구비는 감탄을 자아냈지만, 몸매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드레스 핏을 두고 “코디가 안티냐”, “옷을 누가 저렇게 입혔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예인이 대중의 입맛에 100% 맞지 않는 스타일링을 선보일 때마다 모든 화살을 스타일리스트에게 돌리며 조리돌림하는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김태희 드레스 논란의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패션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선 불쾌한 기류가 감지된다. “팔뚝에 살이 붙었다”, “나잇살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배우의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를 은근슬쩍 조롱하고 평가하는 도 넘은 ‘외모 검열’이 그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미녀의 대명사로 군림해 온 김태희도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체형이 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브라운관 속 여배우에게만 유독 가혹하고 획일화된 미적 잣대를 들이댄다. 20대 시절의 마른 체형과 완벽한 핏을 영원히 박제해 두길 강요하고, 거기서 1인치라도 벗어나면 ‘관리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차가운 회초리를 든다.
새틴 튜브톱은 톱모델조차 소화하기 까다로운, 이른바 가장 정직하게 몸매를 드러내는 원단이다.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하이주얼리를 가장 돋보이게 하기 위해 넥라인을 훤히 드러내야만 했던 이 까다로운 드레스 위에서, 대중은 보석의 화려함이나 배우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즐기는 대신 ‘어떻게든 흠잡을 곳’을 찾는 데 혈안이 됐다.
결국 “코디 누구냐”는 비난은 여배우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품평하기 위해 대중이 집어 든 교묘한 알리바이에 불과했다.
여배우의 나이 듦을 소비하는 우리의 방식은 여전히 미성숙하고 폭력적이다. 영원한 20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의 주름과 자연스러운 체형 변화를 ‘노화’나 ‘자기 관리 실패’로 깎아내리는 강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보톡스와 필터로 빚어낸 가짜 젊음만을 소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는 스타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우아하게 세월을 품어가는 여배우의 진짜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아는 대중의 성숙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