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재미와 즉흥성을 증명하려던 연출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려던 소상공인의 호소를 가볍게 지워버렸다.
지난 23일 방송된 MBN,채널S 예능 프로그램 ‘전현무계획4’에서는 출연진이 경기 북부의 한 노포 경양식집을 찾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방송에서 전현무와 출연자들은 시장 안의 허름한 외관을 보고 감탄하며 식당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식당 주인의 반응은 환대와 거리가 멀었다. 74세의 고령인 사장님은 손님이 너무 많아 저녁 장사도 하지 않으며, 방송 촬영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출연진이 아쉬움을 표했음에도 사장님은 거듭 사양하며 양해를 구했다.
문제는 제작진의 편집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장님이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식당의 상호와 위치가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촬영을 원치 않는 일반인의 영업장을 여과 없이 내보낸 처사가 경솔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중에게는 신선한 방송 소재이자 날것의 매력으로 소비될 장면이지만, 현장의 당사자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장사를 이어가는 상인에게 방송 노출은 매출 상승의 행운이 아니라 평온한 영업권을 위협하는 공포에 가깝다.
손님이 몰려 감당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카메라 앞에서 명확하게 거절했음에도 화면에 상호가 그대로 박힌 모습은 보이지 않는 압박이자 폭력으로 작용한다.
즉흥성을 콘셉트로 내세우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리얼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반인 출연자와 소상공인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획의 성공이 아니라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한 무신경한 연출에 불과하다.
연이은 구설수로 도마 위에 오른 프로그램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타인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와 방송 윤리를 깊이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