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스타의 화려한 삶에 동경을 보내면서도, 때로는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더 큰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소박함’이 작위적인 설정으로 변질되어 시청자의 현실을 기만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연이은 ‘짠내’ 설정으로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방송인 도경완의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도경완은 “5월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 샀던 시계를 중고로 팔았다”며 자금난을 호소했다. 주식에 돈이 물려 있고 유튜브 수익도 예전 같지 않아 반강제적으로 지출을 조절당하며 이른바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는 씁쓸한 고백이었다.
문제는 이 눈물겨운 사연이 대중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날 선 비난의 불씨가 되었다는 점이다. 도경완·장윤정 부부가 올해 초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초고가 펜트하우스를 무려 120억 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슬아슬한 ‘서민 코스프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관찰 예능 ‘편스토랑’에서도 그는 통장 잔고가 25만 원이라며 가족들에게 5만 8천 원의 수도 요금을 탓하고, 변기 물을 모아 내리게 하거나 에어컨 리모컨 건전지를 빼놓는 등 지나친 절약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한 예능적 콘셉트라 할지라도, 120억 원짜리 한강 뷰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짠내 나는 촌극은 결국 대중에게 묘한 괴리감만 안겼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관련 기사와 커뮤니티에는 “120억 집에 살면서 가난 코스프레 하는 거 지겹다”, “진짜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들 앞에서 부자의 엄살은 기만이다”, “잘사는 거 전 국민이 다 아는데 적당히 좀 징징대라”는 식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중문화계에서 연예인들의 ‘소탈함’은 오랫동안 훌륭한 이미지 메이킹 무기였다. 부유한 스타가 일상에서 근검절약하는 모습 자체는 마땅히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120억 원의 현금을 융통할 수 있는 압도적 재력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세금 낼 돈이 없어 시계를 팔고 통장 잔고 25만 원을 운운하며 ‘생계형 고충’을 연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팍팍한 물가와 얇아진 지갑 탓에 매일같이 진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대중에게 이는 공감이 아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독이 될 뿐이다.
도경완의 잇따른 발언이 제작진의 무리한 대본이었는지, 혹은 본인 딴에는 진심 어린 넋두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의 말 한마디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온도로 가닿을지 필터링하지 못한 방송 감각의 부재는 뼈아프다. ‘국민 호감’이라는 좋은 타이틀을 쥐고 있는 그가, 얄팍한 예능적 재미나 억지 공감을 위해 굳이 무리한 ‘가난 코스프레’의 함정에 빠질 필요가 있었을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억지로 짜낸 짠내 설정이 아니라, 시청자의 삶을 존중하는 투명한 진정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