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지금도 강호동에게 전화를 걸 때면 다리부터 모으는 모습으로 ‘1박 2일’ 막내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이승기2’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승기는 강호동, 싸이 등 오랜 인연을 맺어온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새롭게 시작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제작진의 눈길을 끈 것은 통화 내용보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이승기의 자세였다.
장근석, 이홍기 등 친한 지인들과 통화할 때는 편안하게 몸을 기대고 있던 이승기가 강호동과 싸이에게 전화를 걸 때는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손까지 비볐다. 제작진도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건 채널을 운영하는 지금도 오랜 선배들 앞에서는 여전히 공손한 후배였다.
특히 강호동을 향한 태도에는 과거 ‘1박 2일’에서 막내로 활동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승기는 “난 ‘강호동 예능’ 사관학교를 거치면서 배웠던 자산들로 아직도 일하고 있다”며 강호동에게 배운 방송 철학을 떠올렸다.
이승기가 기억하는 가르침 중 하나는 오프닝에서 모자를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강호동은 저녁 6시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첫인사를 건네는 만큼 시작부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승기는 개인 유튜브에서도 가능한 한 그 원칙을 지키고 싶다고 밝혔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에 나선 이승기는 콘텐츠를 고민하는 순간에도 강호동을 찾았다.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형의 눈에는 어떤 콘텐츠가 잘 어울릴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승기는 최근 이수근과 한강에서 제기차기를 하고 까나리 복불복을 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새로운 채널을 소개했다. 이어 어떤 콘텐츠를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지만, 강호동의 첫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모르지 나는.”
오랜 예능 스승을 찾았지만 당장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대신 강호동은 후배의 채널에 대한 마음을 털어놨다.
강호동은 “형이 마음 같아서는 내가 네 채널에 나가가지고 너한테 네 면을 좀 세워줘야 되는데 그럴 수 없어”라며 아쉬워했다. 이승기는 출연을 부탁하려고 전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오래 지켜본 형의 조언이 궁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답을 주지는 못했어도 강호동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문자나 전화로 알려주겠다며 직접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11월 중 만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과거 ‘1박 2일’에서 막내를 이끌던 선배와 이제 자신의 콘텐츠를 고민하는 후배 사이에 여전한 신뢰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승기는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싸이와의 인연도 돌아봤다. 그는 “호동이 형, 싸이 형도 20년 인연”이라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자신을 아껴주는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통화를 마친 뒤에는 “나도 통화하니까 좋다. 이게 확실히 결국 사람이다”라며 오래된 인연이 주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으려 시작한 전화였지만, 이승기에게 돌아온 것은 새로운 기획안보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봐 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이승기는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