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취재 박찬형/영상 민진경 기자]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문자도’(文字圖)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허정호 작가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허정호 작가는 3일부터 1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에서 ‘2018 펜으로 그린 세월’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펼친다.
허정호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여느 그림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작가가 건네는 돋보기로 그림을 확대해서보면 촘촘한 텍스트, 즉 ‘깨알’ 같은 문자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한글이나 영문자로 구성된 단어와 문장이 선과 면의 요소를 대체하여 그려낸 ‘문자도’다.
갤러리에서 만난 허 작가는 “1999년부터 작업을 해 온 기법으로 이번에 ‘펜으로 그린 세월’이라는 타이틀의 전시회를 하게 됐다”며 “그간 평면작업을 하면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신중하게 해봤는데, 텍스트가 캔버스 밖의 영역, 그리고 또 다른 공간에 형성되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허 작가는 초창기 캔버스 바탕에 신문기사나 기도문의 내용을 깨알같이 적어 채우고 화면의 중앙에 특정 이미지를 배치함으로서 바탕과 이미지의 관계에 주목케 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근데 최근 그의 각각의 작품에는 거대한 도자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작가는 “도자기의 본질은 빈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채울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며 “그래서 내가 살면서 느낀 인생의 키워드를 채워 넣기를 결심했다. 평면성을 띄면서 문자의 의미를 더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허정호 작가의 작업실 한 벽면에는 ‘대영약충(大盈若沖)’이란 구절이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채워짐은 텅빈것과 같다’는 의미의 이 고사성어는 그가 도자기를 그림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허 작가는 “작품은 보는 사람마다 다른 시각에서 해석을 하고 즐긴다. 내 작품에 담겨있는 텍스트를 보면서 다름, 혹은 공통된 무언가를 찾고 고민해보고 또 스스로 지나왔던 세월을 회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