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도형 기자] ‘마약왕’은 과도기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이면을 고발한다. 영화 곳곳에 시대적 분위기를 녹여냄으로써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천만배우 송강호의 복귀 작품인 점도 흥미롭다. 다만 인물 간 관계변화 묘사 부족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대한민국은 본격적인 산업화에 접어들었다. 새로 도로가 생기고, 고층건물이 솟았다. 식생활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가에서 주도한 수출장려정책이 있었다. 찬란한 시대의 서막이었다.
문제는 주인공 이두삼(송강호 분)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그는 마약을 일본에 수출하면서 애국을 외친다. 마약 제조와 유통으로 번 돈을 기부하며 자부심을 느낀다. 각계 관료들에 뇌물을 건네 얻은 신임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노미 현상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괴물이다.
영화 '마약왕'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마약왕' 포스터
‘마약왕’은 의상과 음악, 실제 마약 유통 사건을 모티프로 한 시나리오 등을 통해 1970년대를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 찬란하면서도 우울했던 그 시절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나간다. 여기에 ‘내부자들’을 통해 검증된 우민호 감독만의 기득권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이 담겼다.
송강호와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등 출연진은 본인들 명성에 걸맞은 명연기를 펼친다. 인상적이다. 각자 캐릭터가 개성이 넘치고 특별하다. 보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그 혼란스럽고 몰가치적인 시대가 어떤 유형의 인간들을 만들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우리 주위에는 없는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된다.
다만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 포맷 등이 유사한 까닭에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두 영화는 차이점도 많다. 하지만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좋은 일은 아니다. 자칫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골수팬들의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아울러 스크린 구석구석 등장하는 애매한 장면들이 시선을 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 탓인지 일부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주인공 이두삼과 가깝던 인물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마약왕’이 철저하게 이두삼의 시선으로 전개하기 때문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설명이 부족한 인물은 그만큼 이두삼이 관심을 주지 않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확실히 이두삼 개인의 심경변화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묘사됐다. 그러나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연출은 어떤 경우라도 납득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마약왕’은 흥미로운 소재와 날카로운 풍자,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배우들의 이름값만으로도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 전망이다. 19일 개봉.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