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 전성시대다. 이효리, 이진, 옥주현, 성유리를 2019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달라도 너무 다른 네 사람이 빚어낸 ‘캠핑클럽’은 영롱하고 뜨겁다.
지난달 14일 첫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캠핑클럽’은 올해 데뷔 21주년을 맞은 1세대 아이돌 핑클의 특별한 캠핑 이야기를 담는다. 핑클 네 멤버는 캠핑 마지막 날에 21주년 기념 공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도 마주하게 된다.
‘캠핑클럽’의 구조는 지극히 단순하다. 네 사람은 몇 시간이고 캠핑카를 운전해 한산한 캠핑장에 자리를 튼다. 긴 시간 달려왔으니 한동안 캠핑 의자에 앉아 풍광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곧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식사를 마치면 또 대화의 장이 펼쳐져 여러 주제의 이야기들이 화두에 오른다. 여기에는 한국 방송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한 배란일에 대한 유머부터 핑클 활동 시절의 추억이 깃든다. 때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도 녹아있다.
‘캠핑클럽’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JTBC
캠핑 의자에 기대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잔잔함에 가깝다. 고요와 적막이 빈틈을 메우는 ‘캠핑클럽’은 프로그램 자체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매력이 돋보이는 미덕을 갖췄다. 잔잔함 속에 신선함도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대중은 핑클 네 멤버가 한데 모여 인생사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세대의 우상이자 소녀였던 이들이 사랑과 이별을, 남자와 남편을 이야기한다. ‘캠핑클럽’은 별다른 액티비티나 이벤트 없어도 신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진취적인 예능의 얼굴을 가졌다.
남들이 보기에 찬란한 과거를 함께 한 이들에게도 그 시절 저마다의 아픔은 존재했다. 서로가 몰랐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네 사람은 더욱 끈끈해진다. 어쩌면 과거의 미화로 비춰질 수 있을 장면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각자의 삶을 반추해 얻은 성숙과 확고한 가치관 때문일 터다. 자신을 위한 사과가 아니라 타인을 향한 반성, 오디오의 틈을 채우려는 말이 아닌 진짜 대화가 오고간 자리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을 고백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란 얼마나 귀하고 멋진지, 이들의 모습에서 다시금 깨닫는다.
지금은 어쨌든 위로가 필요한 시대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너도 나도 힐링을 외쳤다. 힐링을 표방한 예능이 범람할 때가 있었지만 진정 치유가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반면 ‘캠핑클럽’은 힐링의 끝물에서 태어났다. 억지 감동도 웃음도 넣지 않고, 오로지 핑클 단 네 사람 만으로 기가 막히게 힐링을 이뤄냈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