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속 두 남녀도 숱한 우연을 반복하다 필연 같은 주파수를 잡아 평생 끊어지지 않을 인연으로 거듭난다. 등장만으로 반가운 멜로 영화가 뭇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멜로영화다. 지난 2017년 ‘침묵’ 이후 정지우 감독의 2년 만 신작이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는 미수(김고은 분)네 빵집에 현우(정해인 분)가 우연히 들어와 둥지를 틀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수와 현우의 키워드는 ‘우연’이다. 우연히 발을 들인 미수네 빵집은 곧 몸도 마음도 둘 데 없는 현우의 안식처가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친구들과 마찰로 빵집을 나섰던 현우는 그 길로 돌아오지 않고 빵집은 재정난에 문을 닫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미수와 현우는 두 번째 우연을 맞이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미수를 마주친 현우는 과거 자신이 빵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정을 설명하고,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서로에게 푹 빠진다. 운명의 장난처럼 현우는 다음 날 입대한다. 이들은 의외로 담백하게 헤어지지만 어떤 이유로 또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락이 끊긴다. 이후 제대한 현우의 고군분투 덕에 다시 연락이 닿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엇갈리기를 반복하다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우연히 서로를 마주한다. 세 번의 우연이 겹쳤으니 진정한 필연이다.
지독한 우연 끝에 꽃길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우와 미수의 내밀한 상처가 사랑을 방해한다. 과거 현우가 겪었던 사건을 알게 된 미수는 제 나름대로 그의 상처를 치유해주고자 노력하지만 이는 오히려 현우에게 형언 못할 아픔으로 돌아온다. 그토록 먼 길을 돌고 돌아 만난 만큼 더없이 애틋한 이들이지만 일순간 좁힐 수 없는 틈을 깨닫고, 자신의 굴로 들어가 버린다. 두 사람의 모습은 자신의 아픔을 오롯이 감내하려는 이들의 멜로가 이렇게나 처연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미수와 현우는 끝까지 남 탓을 하지 않는다. 기어코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거나 탓하는 지독한 사랑보다 마지막까지 나 자신보다 상대를 아낄 줄 아는 성숙한 인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열의 음악앨범’은 멜로이자 두 인물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시기를 딛고 일보 전진한 현우와 미수는 아름다운 청춘의 초상이다. 오는 28일 개봉.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