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자화상, 청춘의 거울 같은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이주영이 이번엔 ‘야구소녀’로 변신했다.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고생 야구 선수가 프로야구 진출에 도전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로 이주영은 극 중 프로 입단을 꿈꾸는 야구 선수 주수인을 연기했다.
“주수인은 사회적 편견이나 성차별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부딪혀 나가는 게 이 인물에 의의가 있기를 바랐고, 각자 인물들의 사연이나 관계성이 잘 표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너무나 어리고 약한 이 아이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며 연기했다. 아무래도 작품을 선택할 때 내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 주체가 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이주영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매 씬 얼굴을 비춘다. 스크린 가득 배우의 얼굴이 펼쳐지면 관객들은 당연히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야만 하기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상당할 터다. 이주영 역시 관객들이 인물의 마음과 서사를 잘 따라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최윤태 감독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고민을 해결해나갔다.
“주수인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만큼 관객이 그를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얼굴이 계속해서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주수인이라는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올바른 방향이어야 했다. 최윤태 감독님에게 감정선 연결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했고, 감독님이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의견도 수용해주셨다. 배우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다.”
‘야구선수’ 촬영 전 이주영은 야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야구선수’ 시나리오를 읽고 하나둘 관심을 가져갔고, 영화의 레퍼런스가 된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풍성한 연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프로 야구 선수 중 여자가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 영화의 레퍼런스가 된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면 여자가 프로에 들어가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더라. 초등학교, 중학교 계속 야구를 해왔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길이 막힌다고 한다. 야구 하나만 보고 살아온 삶인데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도전조차 막히는 현실에 충격이 컸다. 일상에서 느끼는 성차별은 나 역시 여자이기 때문에 많이 느끼지만, 내가 아예 모르는 쪽에서는 더 큰 차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주영은 이 세상 모든 ‘야구소녀’들에 응원을 보냈다. 결국 이 영화는 응원과 공감으로 빚어졌고, 어떠한 결과보다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수인이라는 인물이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는 데 대한 의미, 이 아이가 행동하는 데 대한 결과가 어찌됐든 의미가 중요한 영화인 것 같다. 인물을 자연스럽게 따라오면 각자의 감상이 있을 거라 믿는다. ‘야구소녀’를 통해 무언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이 인물이 가는 길에 대한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