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나는 욕망덩어리로소이다 [솔직리뷰]

※ 본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이 범죄극에는 상대적으로 짠하거나 통쾌한 인물이 없다. 오로지 돈만 보고 몰려든 욕망덩어리들이 평범한 척하는 얼굴로 완성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인간들의 범죄극으로 김용훈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으나 영화로 옮겨오며 엔딩 등 다소 달라진 부분이 있다.

돈 가방과 직접적으로 얽힌 주요 인물은 여덟 명이다. 술집 사장으로 뭔가 꺼림칙한 구석을 가진 연희(전도연 분), 홀연히 사라진 애인이 남긴 빚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정우성 분), 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가정의 가장 중만(배성우 분), 그의 아내 영선(진경 분)과 치매를 앓는 노모 순자(윤여정 분), 순식간에 여럿의 숨통을 조이는 사채꾼 박사장(정만식 분),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빚을 갚기 위해 술집으로 출근하는 미란(신현빈 분) 그리고 미란을 돕고 싶은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분)까지 이들은 서로 다른 페이지에 존재하는 듯하지만 사실 같은 페이지 안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중만이 알바 중인 목욕탕에 돈다발이 담긴 명품 가방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잘 숨기면 괜찮겠지, 싶었던 이 가방에는 온갖 거짓말과 욕망,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는 마치 소설처럼 챕터로 나뉜다. 각 장(章)마다 캐릭터 배경에 대한 약간의 설명과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제시된다. 이 장들은 각기 다른 퍼즐이자 한 곳에 모이면 완성되는 전체다. 시간순으로 나열되는 줄 알았던 스토리는 사실 연속성 없는 플롯의 배열이었으며, 시간 구성만 맹목적으로 쫓다보면 이 이야기가 감춘 감정선을 놓치기 십상이다. 물론 이 구성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최장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앞선 한국영화들에서 이미 복합적인 플롯 구성으로 어떻게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지 봤고, 전통성에 배반하는 전개로 뒤통수를 맞은 얼얼한 기분도 맛봤다. 이에 비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형식은 관객을 결론으로 끌고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오히려 깔끔한 인상을 주는 장을 없애고 보다 복합적인 형식을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럴싸한 교훈이 없는 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욕망의 끝은 처참한 말로라는 누구나 다 아는 그 교훈을 길게 풀어놓는 게 아니라 돈이라는 욕망에 젖은 인간들의 맹목성에 집중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 평범함 때문에 더 무섭고 절박하며, 더욱 처절하다.

연희를 연기한 전도연은 단연 최고다. 오매불망, 어느 씬에서든 전도연의 등장만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지점은 영화가 전도연에게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당초 12일이던 개봉일을 연기했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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