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미스터리와 공포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공포영화를 보지는 못하지만 그가 영화 ‘클로젯’을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 분)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 분)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 음향 스태프였던 김광빈 감독의 입봉작이다.
하정우가 연기한 상원은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아빠이자 건축가다. 상원은 아내를 잃었고, 딸은 엄마를 잃었다. 그 후 부녀는 말을 잃었다. 하정우는 마음의 문을 닫은 딸에게 서툴게나마 다가가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딜레마에 빠진 캐릭터를 건조하게 담아냈다. 공포영화임에도 큰 비명 한번 내지르지 않는 그의 얼굴에는 상실감에 빠진 아버지가 드리웠다.
배우 하정우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미혼이고 아이도 없으니 인물이 느낀 감정, 인물이 자식에게 느낀 감정이 얼마나 뻗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깊이, 표현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사실주의 영화와 세팅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사실 공포영화는 보려는 시도 자체를 못한다. 그래도 가장 우선순위는 장르에 대한 것, 이 영화가 가진 색깔이 가장 크게 끌렸다. 캐릭터도 매트한 편이라 이것 또한 새롭겠다고 생각했다.”
하정우와 김남길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두 배우가 각각 맡은 상원과 경훈은 상극의 성격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서로 덕분에 목표를 이룬다.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들은 비슷한 성격 덕분에 실제 촬영장에서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김남길의 첫인상은 시크했다. 잘 갖춰진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났을 때는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않더라. 이미지는 북유럽인데 톤이 높고 폭이 크다. 그래서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연기 대사톤의 변주가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매력을 가졌고 신뢰할 수 있다. 비밀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만한 사람이다.”
상원은 소중한 두 사람을 일순간 잃고 마는 인물이다. 때로는 상실감과 무력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때로는 지독한 현실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물론 그 누구에게도 직접적으로 하소연하지는 않지만 하정우의 얼굴이 그 모든 걸 대변한다.
배우 하정우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힘을 빼고 연기할 수도, 대충할 수도 없다. 이 영화의 경우 사운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니까 공간을 많이 열어두고 연기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캐릭터가 상반되는 경훈이 있고, 대사의 양도 많아서 나의 표현 자체를 미니멀 하게 가져갔다. 상원은 딸을 잃고 무기력한 상태라 어쩌면 연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10개월을 쉬고 찍은 영화다. 소라도 잡을 에너지가 있었다.(웃음)”
하정우는 ‘클로젯’에 주연배우와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을 이 영화로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한 작품했다’라는 느낌이다. 적당한 예산으로 조금 더 좋은 소재로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래도 괜찮은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독창적이고 느낌 있는 영화를 만드는 건 여전히 꿈이다. 무작정 돈을 많이 쓰기보다 적당한 예산으로 그 이상의 가성비를 내는 걸 추구하고 있다. 제작사 일원으로도 그러한 작품을 찾아나가야 한다. 배우로 참여하는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작품을 하고 조금 더 다양한 저예산 작품을 하면 좋을 것 같다. 10년 후는 오늘보다 낫지 않을까.” (인터뷰②에서 계속)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