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이 브라운관으로 향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매체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된 일이다.
tvN 새 월화드라마 ‘방법’은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0일 방송된 첫 회부터 지체 없는 스토리 전개로 높은 흡인력을 보였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드라마는 본디 영화에 적을 뒀던 김용완 감독과 연상호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영화 ‘6년째 연애중’(2007), ‘토끼와 리저드’(2009), ‘퀵’(2011) 연출부를 지내고, ‘리턴매치’(2014), ‘챔피언’(2018) 등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자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부산행’(2016), ‘서울역’(2016), ‘염력’(2017)의 연상호 감독의 작가 데뷔작이다. 두 감독뿐만 아니라 ‘방법’의 상당수 스태프 역시 영화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들로 알려졌다.
‘수리남’ 윤종빈 감독, ‘방법’ 연상호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영화감독이 드라마 연출이나 각본에 도전하는 게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낼 일도 아닌 듯하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매체간의 문턱이 그만큼 낮아지고 경계선 자체가 모호해지거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비단 특정 장면이나 씬의 완성도만이 그 경계를 지우는 데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손 안의 넷플릭스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 듯이, 이제 플랫폼의 장벽 없는 넘나듦이 시청자와 관객의 구분을 없애고 있다.
영화에서의 장점이 드라마로 넘어와서도 여실히 빛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 점에서 ‘방법’은 여러모로 기대를 모은다.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 즉 방법(謗法)을 소재로 한 초자연 미스터리물로, 누구에게든 저주의 살을 날릴 수 있는 소녀와 진실을 추적하는 언론인이 거대한 음모 뒤 세상을 해하려는 악신을 인간의 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벌이는 이 사투에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연상호 감독의 장기가 묻어난다. 연상호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익숙한 공간이나 집단을 비틀어 낯선 요소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모두 그런 의미에서 상통했고, 보편적 소재에 장르적 재미를 더하는 것도 그의 장기다.
‘방법’ 포스터 사진=tvN
‘방법’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목의 중의성이 기묘한 느낌을 풍기는 와중에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오컬트 소재를 무속·토착 신앙과 접목시켰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이 오히려 익숙한 소재를 낯설게 느껴지게끔 만들고 이는 곧 세계관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러닝타임 120분짜리 영화에서는 구현에 한계가 있던 바로 그 세계관이 12부작 드라마에서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주요 인물들의 서사도 그만큼 밀도가 높아지고 풍성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연상호 감독 역시 이 지점에서 드라마의 매력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범죄와의 전쟁’(2011), ‘군도’(2014), ‘공작’(2018)의 윤종빈 감독도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택했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는 예상제작비 400억 원의 초대형 프로젝트 ‘수리남’을 선보인다. 도미니카 공화국을 포함해 올해 촬영을 시작하고, 내년 방송을 목표로 하며 넷플릭스, 애플TV, 아마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개 여부를 논의 중이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도 제작에 합류해 tvN 동시 방영도 검토되고 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마약왕이 된 한국인의 실화를 다룬 드라마다. 윤종빈 감독은 당초 ‘수리남’의 제작에 대해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10부작 드라마 형식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의 캐스팅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로, 하정우는 이 드라마를 통해 1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