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하나가 ‘반의반’에 없으면 어쩔 뻔 했을까. 이하나가 연기하는 문순호를 보고 있으면 진정한 인간 피톤치드를 마주한듯한 기분이다.
지난 23일 첫 선을 보인 tvN 새 월화드라마 ‘반의반’(극본 이숙연, 연출 이상엽)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정해인 분)과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 서우(채수빈 분)가 만나 그리는 자유로운 짝사랑 이야기다.
이하나는 하원을 후원한 문 여사의 손녀딸로, 호칭상 하원의 조카지만 때로는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문순호를 연기한다. 순호의 직업은 식물을 사랑하는 가드너다. 할머니의 정원과 화원을 관리하며 지내던 중 하원의 부탁으로 농장 생활을 잠시 뒤로 하고 하원과 서우의 연결고리인 녹음실의 새로운 관리자가 된다.
‘반의반’ 배우 이하나 사진=김재현 기자
지난 4회까지의 순호는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다. 본인 일에 감정적으로 대처하거나 괜한 술수를 부리지 않고 정말 식물을 위하는, 식물에게 말을 걸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도시로 올라와서도 변함이 없다. 하는 말마다 귀에 쏙쏙 박힐 정도로 청산유수에,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다. 하원의 첫사랑 지수에 대해서도 머뭇거림 없이 “만나자마자 싸대기를 날리겠다. 한국의 마크 주커버그를 차버린 기분이 어떠십니까, 물어보고 그 표정을 딱 찍어오겠다”고 내뱉고 벼르는 모습이 묘한 통쾌함을 안기기도 했다.
만약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이하나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도 순호의 유연함과 감성을 총체로 표현하기에는 이하나밖에 답이 없다. 순호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베스트 프렌드와 바람나고, 그 길로 도시를 등지고 할머니의 농장에서 가드너를 시작했다. 순호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타인을 도우려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리고 순호의 이러한 주제는 이하나의 얼굴과 눈빛, 목소리, 분위기를 통해 고스란히 발현된다.
‘반의반’ 스틸컷 사진=tvN
연출을 맡은 이상엽 감독은 이하나의 캐스팅에 대해 “어떤 캐릭터를 연기 하더라도 본인 것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반의반’에 앞선 그의 작품들을 볼 때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고유의 정서와 분위기를 매 캐릭터마다 입혀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이하나는 그 스스로가 시그니처가 되어 ‘문순호 이퀄 이하나’가 벌써 완성됐다.
이제 순호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온다. 그의 눈에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인욱(김성규 분)이 들어온 것. 이하나가 인욱에게 향하는 순호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또 치유의 관계성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