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내공이 오가는 틈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심은우가 ‘부부의 세계’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드라마로 화제성,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속 방영 중이다.
불륜과 배신, 거듭되는 파탄의 연쇄에서 심은우가 연기하는 바텐더 민현서는 지선우(김희애 분)의 환자다. 복잡다단한 과거를 숨기고 바에서 일하는 그는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한 뒤 병원을 찾았다가 선우에게 남자친구 문제를 들키고 만다. 그리고 신경안정제 처방전을 받는 대신 여다경(한소희 분)과 불륜 관계인 선우의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미행을 제안받음으로써 선우와 관계를 형성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배우 심은우 사진=JTBC
아직까지 현서는 선우의 조력자다. 선우로 인해 주어진 본분에 충실하며 미행뿐만 아니라 위장도 불사한다. 다경에게 접근하기 위해 임신을 거짓말하고 그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경 입장에서, 아무런 선택도 판단도 선뜻 하지 못하는 태오 때문에 애태울 때 다가온 선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됐다.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후에는 선우에게 향후 계획을 묻는 현서의 얼굴에는 불안과 걱정, 우울 같은 게 서린다.
언뜻 보기에 현서라는 캐릭터는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지만 심은우의 연기가 이런 걱정을 기우로 만든다. 현서는 선우에게 바람피운 남편은 내쫓으면 그만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자기는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 남자친구를 단호히 내치지 못했다. 자칫 소위 ‘고구마’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지만 김희애, 박해준처럼 독보적인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 사이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로 배역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차분한 목소리와 건조한 표정, 들뜨지 않는 연기가 쟁쟁한 연기 고수들 사이에서 안정감으로 다가오니 심은우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호기심도 커지고 있다.
또 ‘부부의 세계’라는 큰 틀 안에서 현서와 남자친구 이야기는 궤를 달리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 상통한다. 믿음과 사랑이라 여겼던 모래성 안에 사는 사람들 중 한 명인 현서는 그중에서도 캐릭터 다양성을 꾀하기에 썩 괜찮은 포지션이다. 일단 드라마 속 부부들과 달리 자녀나 가정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 나은 향후를 기대하게 하고 바로 이 지점이 심은우, 그리고 현서를 응원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무던하고 평범한 듯 비범하게 돋보이는 심은우가 그릴 현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시청자들과 어떠한 감정적 교류를 이어갈지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