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파수꾼에게(리뷰)[사냥의 시간①]

※ 본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청춘들은 오리무중이다. ‘사냥의 시간’의 청년들은 더 그렇다.

넷플릭스를 통해 23일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숨 막히는 시간을 담아낸 영화다. 2010년 독립장편영화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배우 이제훈, 박정민과 다시 의기투합했다.

준석(이제훈 분)이 3년 만에 출소한다. 오랜 친구로 보이는 장호(안재홍 분)와 기훈(최우식 분)이 교도소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재회의 반가움도 잠시, 사람 냄새는 온데간데없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도시는 준석의 마음 속 그 위험한 계획을 더욱 부추긴다. 장호와 기훈은 난색을 하고 반대한다. 특히나 준석이나 장호와 달리 부모님이 있는 기훈은 더 그렇다. 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도가 꽉 막힌 디스토피아에서 그들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준석의 제안이 전부이기에 결국 털어서는 안 될 곳을 털기로 결심한다.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그래서 만나는 게 되는 사람이 상수(박정민 분)다. 대화로 미루어보아 상수는 과거 준석에게 돈 천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고 잠수를 탔고, 아무래도 갚을 처지는 못 되어 보인다. 이에 준석은 상수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고 합류를 권한다. 상수는 고민하지만 그조차도 더 나은 선태의 여지가 없기에 준석이 세운 계획의 일부가 된다. 이렇게 세 청년은 준석의 진두지휘 아래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듯하다. “너희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는 경고에도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그곳으로 갈 꿈에 취해 있는 네 사람에게 의문의 추격자가 붙고, 나중에서야 그의 이름이 그의 이름이 한(박해수 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은 사냥감의 목을 문 짐승처럼 지독하게 밀어붙이고 이들이 조금 벗어났다고 안도하려 하면 또 어느 샌가 턱밑까지 쫓아와 총구를 겨눈다. 한은 그저 시작 버튼이 눌린 이 게임을 즐길 뿐이다. 특히나 준석과 한이 첫 대면하는 술집씬은 엄청난 서스펜스이자 더 이상 최악은 없을 줄 알았던 이들의 파국을 암시한다. 술집 조명 때문에 한의 얼굴은 뿌옇지만 준석의 얼굴은 땀방울 하나하나가 다 보일 정도로 명확히 제시된다. 둘 중 누가 우위에 있는지, 향후 누가 누구로 인해 벼랑에 내몰릴지 예측 가능한 동시에 쫀쫀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보다 앞서 한을 가장 먼저 만난 상수는 중간에 퇴장한다. 준석은 불길을 예감하고 남은 두 친구와 몸을 피하지만 상대는 경찰의 손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막강한 존재다. 현재의 시궁창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고 벌인 일이 자신과 친구들의 발을 옭아매자 준석은 악몽에 시달린다. 꿈에 나타난 상수는 피눈물을 흘리고, 현실의 장호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눈에 담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지며, 기훈은 스스로와 가족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모두 프레임 속 프레임에 갇혀 원래 자리로 오지도 이상향으로 가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호는 삼각형 창문틀, 해질녘 기훈은 네모난 창문틀, 비로소 당도한 푸른 바다 앞에 앉은 준석은 벽과 벽 사이에 갇히고 애석하게도 그게 바로 그들의 현실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을 걸어 바로 앞에 낭떠러지인지 내 옆에 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게 ‘사냥의 시간’ 속 인물들의 진짜 현실이다.

‘사냥의 시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모든 걸 잃은 준석은 더 이상 가림막 뒤로 숨지 않고 총을 난사한다. 자신들이 쫓기는 원인을 몰라 두려운 그 심정은 이제 어디에도 없고 악만 남았다. 애초에 ‘사냥의 시간’은 당위를 찾으면 덫에 빠진다. 조직이 연루된 도박장을 털고 그 돈을 갖고 해외로 도망간다는 설정에 함몰되면 영화는 지루해지고 사건의 해결만 바라게 된다. 대신 디스토피아가 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수꾼이었을 소년들이 나이를 먹고 청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현실에서 느낀 참담함이 사건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장르에 걸맞게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다. 360도 서라운드 입체 사운드를 선사하는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해 보다 사실적이고 극대화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또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붉거나 푸른 톤으로 표현해 몰입감을 선사한다. 감독이 힘줘 말하고 자신할 만하다. 다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과도한 색채 표현이 피로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보인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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