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의 불안정한 소년의 지나 지옥을 벗어나려는 ‘사냥의 시간’ 속 청년이 됐다. 이제훈에게 지난 10년은 무엇을 의미할까.
2007년 단편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처음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이제훈이지만 그의 연기를 널리 알린 것은 윤성현 감독이 2010년 연출한 ‘파수꾼’이다. 이 작품으로 제32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고, 감독은 신인감독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듬해에는 ‘고지전’으로 상업영화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굵직굵직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이제훈 하면 ‘파수꾼’을 빼놓을 수 없다. 외면하고 싶었을지 모르는 10대의 어두운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기하며 극 중 배역 이름으로 불려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호평 받았다. 이제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영화가 소년 기태에서 청년 준석으로 변화한 그 시간 동안, 이제훈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들어봤다.
배우 이제훈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넷플릭스
이하 이제훈과 일문일답.
Q. ‘파수꾼’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의 이제훈은 어땠던 것 같나.
A. 이제훈: 10년 정도 지났다. 그때 나는 단편을 찍으며 배우 꿈을 키워나가던 시기인데 ‘파수꾼’을 만나서 장편 주인공을 한다는 무게감을 느꼈던 것 같다.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에 윤성현 감독을 만나 더욱 중요한 시기를 지났다. ‘파수꾼’은 배우로서 나의 초석을 크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 영화를 대하는 태도, 진지하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모습들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Q. 엄연히 장르도 이야기도 다른 두 작품이지만 ‘사냥의 시간’의 준석은 ‘파수꾼’의 기태가 나이를 먹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A. 이제훈: 거칠고 센 이미지를 사람들이 강렬하게 인식하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윤성현 감독이라서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사냥의 시간’을 통해서 마치 ‘기태가 살아있었다면?’ 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거칠고 와일드한 모습에 대해 기대 부탁드린다.
배우 이제훈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넷플릭스
Q. ‘사냥의 시간’ 결말이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직접 연기한 입장에서 결말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이제훈: 현실적 제약으로 포기나 회피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다. 한편으론 운명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과정들에 있어서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하는 생각들이나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것 아니면 안 되는, 부끄러움이 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마지막 장면을 찍으며 개인적으로 또 느꼈다. 준석이라는 인물은 자기가 목표로 하고 있었던 다른 세상 결심을 이룬 인물이지만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일차원적인 복수일 수도 있지만 다시금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다.
Q. 윤성현 감독이 차기작을 제안하면 응할 생각이 있나.
A. 이제훈: 당연하다. 장편영화를 두 편밖에 안 찍은 사람이다. 그가 그리는 영화적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파수꾼’과 ‘사냥의 시간’은 그 세계의 2% 정도밖에 안 보여준 것 같다. 배우로서 무엇이 되었든 동행하고 싶다. 현장에서 붐대도 들 수 있고 반사판도 대줄 수 있고 뭐든 좋다.(웃음) 그가 그리는 세계에 있어 영화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함께 하고 싶다. 오히려 안 불러주면 섭섭할 수도 있겠다.
Q. 제목처럼 정말 ‘사냥’ 당하며 힘들게 찍었을 것 같다. 이번 영화가 배우 이제훈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
A. 이제훈: 이렇게 내려놓게 하는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정말 힘들었기 때문이다. 준석으로서 쫓기고 힘들어하는 순간들을 만들어야 했으니, 이러다가 황폐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사냥의 시간’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니 성장한 시간이었다. 이후 작품에 있어 시야를 넓히고 안 좋은 상황에 있어서 혹은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상황에서 의연하게 성숙할 수 있도록 해준 시간이랄까. ‘이렇게 힘들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날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당장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배우 이제훈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넷플릭스
Q. 펭수와 홍보의 시간도 불태웠다. 펭수의 데뷔곡 응원도 하고, ‘사냥의 시간’ 덕분에 펭수의 팬이 될 수 있었던 건가.
A. 이제훈: 펭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팬은 아니었다. 박정민이 펭수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광적인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나도 너무 좋아졌다.(웃음) 그가 하는 행동은 물론이고 주변을 아우르는 포용력이 대단하더라. 또 노래를 너무 잘한다. 펭수 못하는 게 뭘까 싶어 더욱 팬이 되었다. 열혈 팬으로 지지하고 그 길에 함께 하고 싶다.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