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벼랑 끝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주는 위로(리뷰) [내가 죽던 날①]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나영 기자

벼랑 끝에 섰던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 서툴고 조심스럽게 전하는 메시지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 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소녀가 사라진 이야기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담은 이야기다.

영화는 변호사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앞두고 있는 형사 현수(김혜수 분)가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두면서 시작된다. 복직에 앞서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노정의 분)의 실종을 자살로 종결 짓는 임무를 받은 현수는 섬으로 향한다.

<내가 죽던 날> 포스터.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내가 죽던 날> 포스터.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소녀의 보호를 담당하던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리고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 분)을 만나 소녀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던 현수는 소녀가 홀로 감내했을 고통에 가슴 아파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CCTV를 바라보던 소녀의 표정을 살피던 현수는 자신의 닮은 모습에 점점 더 사건에 몰두하게 된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현수는 사건을 쫓으면서 궁금해하지만, 시신도 찾을 수 없던 소녀에 대해 아무도 “(극단적 선택할)그럴 아이가 아니었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빠른 사건 처리를 바라는 윗선과 유족들의 모습, 그 사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 서정적인 드라마를 116분으로 압축시켜둔 느낌이다.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다소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지만, 상처에 한 번쯤 아파했을 관객에게는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 때문이 아닌 다른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찾아주고 위로해주는 누군가가 꼭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큰 의미를 선사한다. 삶에 지치고 자존감이 추락하면서 남모를 상처에 아파하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상처지만, 겪고 있는 자신에게 삶을 흔들 정도의 상처에 아파하는. 영화는 벼랑 끝에 서있는 이들에게 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건네줄 것이다.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된다. 러닝타임 116분. 12세 관람가.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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