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에서 심재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색다른 연기 변신을 꾀한 그는 또 한 번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하며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BN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이하 ‘나위아’)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어느덧 결혼이란 생활을 그저 유지하고만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부 잔혹극’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가정에서 가장 위험한 적과 살아왔다는 섬뜩한 깨달음과 동시에 ‘위험한 전쟁’을 시작하는 부부를 통해 결혼 안에서의 승리와 실패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혼의 ‘민낯’을 과감하게 파헤쳤다.
김정은은 극중 빼어난 지성과 미모, 착한 심성 뿐 아니라 넘치는 재력까지 두루 갖춘 완벽녀 심재경 역을 맡았다. 남편의 외도에 맞서 납치 자작극을 주동하는, 독한 것에 더한 것으로 맞서는 전무후무한 아내 캐릭터로 완벽 분한 김정은은 한층 깊어진 감정선과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뿌리깊은 나무들 / 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지난 5월부터 촬영에 임한 김정은은 7개월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며 느낀 소회를 전했다. 이하 일문일답.
#. 오랜만에 복귀작이다. 그만큼 종영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데 종영 소감은?
“5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하고 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아와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작품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허무감? 혼자만 느끼는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은 좀 있다. 물론 안 그런 척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처음에 걱정도 많았고 긴장도 했었다. 다행히 감독님, 작가님, 같이 했던 배우들, 편집실까지 내게 다양한 도움으로 빨리 캐릭터에 적응할 수 있었고, 나중엔 내가 언제 쉬었나 할 정도로 신나서 연기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악조건(코로나19와 긴 장마)을 견뎌가며 마음 졸여가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잘 견뎌준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께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 ‘나의 위험한 아내’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심재경이 결국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여성 캐릭터를 정말 만나기 쉽지 않다. 겉으로는 매우 평범하고 약해 보이는 현모양처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반전과 희열이 큰 쾌감을 주었다. 처음엔 납치자작극으로 나중엔 50억을 놓고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현실을 약간 비껴간 판타지로서의 반전과 복수들이 늘 약자로만 그려지는, 같은 아내의 입장에서 통쾌하게 느껴졌었다. 현실에서의 우리 아내들이 얼마나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사는가! 하지만 그 희생을 그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물론 현실에 심재경 같은 인물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남편들! 평범한 주부를 얕보지 마라.. 이런 부분들이 맘에 들었다.”
#. ‘심재경’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심재경은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이었다. 재력에 남편 내조까지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남편 외도에 대한 복수를 완벽하게 계획하고, 그 이후에도 모든 사건을 혼자 다 꾸미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50억으로 현혹 시켰다. 이런 아내가 현실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현실적인 인물로 안착시키는 게 가장 신경이 쓰였다. 그래야 보시는 여성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처음 외도를 목격하는 되는 과정에서도 평범했던 주부가, 가만히 놔뒀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흑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재경이는 워낙 감정을 숨기고 계속 연기하고 거짓말하고 아닌척하는 그런 씬들이 많아서 가끔 윤철에게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소리 지르고, 울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씬들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또한 최고의 멋진 빌런이지만 여자로서 아내로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느낌도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뿌리깊은 나무들 / 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본인이 생각하는 명장면 혹은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좋았던 명장면을 꼽자면?
“초반에 4부 엔딩에 독이 든 와인을 두고 윤철과 계단에서 싸우다가 굴러 이마에 피 흘리며 협박하는 씬, 8부에 채림이 납치 연극 씬들이 좀 통쾌함을 주었다. 후반에 최원영과 같이 신나게 했던 코믹한 씬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서로 요리를 하면서 독을 몰래 넣으며 서로를 견제했던 마지막 만찬 씬, 그리고 선미를 죽인 후(죽인 척 한 후) 주차장에서 삽을 톱으로 자르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심재경이란 인물은 처음엔 코믹할(?) 구석이 없었고 그럴 여유도 욕심도 없었다. 그러나 아직 내 몸에 코미디의 피가 아직은 조금 흐르고 있는지, 최원영이 윤철을 매우 코믹하게 연기하고 애드리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마다, 정말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중반 이후에 재경이도 살짝 코믹해도 되는 부분을 만날 때마다 그동안 코미디를 못한 부분을 보상이라도 받듯, 미친 듯이 웃기려고 노력했다.”
#. 극중 남편 최원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윤철 역에 최원영 같은 상대 배우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유연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큰 눈으로 진정성을 주는 연기도 잘하고, 코미디도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아이디어도 참 좋아서 오래 휴식(?)했던 내게 정말 많은 도움과 조언을 해주었다. 서로 조언을 해주면 그걸 또 서로 흡수하고 더하고 더해서 더 좋은 시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 후반에 웃긴 장면을 찍을 때마다 서로 뭐라고 말로 장황하게 설명 안 해도, 척하면 척척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코미디 호흡도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심혜진 선배님은 꼭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다. 마지막에 심혜진 선배님과 감정적으로 타이트하게 연기한 씬들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워낙 가지고 계신 이미지처럼 쿨하게 힘 빼고 툭툭 연기하시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그게 훨씬 힘과 큰 존재감이 느껴지는 걸 보고, 역시! 라는 생각이 새삼 느껴졌었다. 씬 중간 중간 식사시간 때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햄버거를 먹으며, 인생 선배님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도 마음에 깊이 남는다. 다른 작품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선미 역의 최유화는 나와 세게 대립하는 컷들을 찍을 때마다 중간 중간에 뒤돌아서 주먹 쥐고 벽을 치거나 잠깐 밖에 가서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다 왔다. 그러면서도 나와 너무 친해지고 싶은데 늘 죄송하다며.... 물론 지금은 친하다.(웃음) 그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현장에서 몸을 부딪혀가며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너무 예뻐 보인다.”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뿌리깊은 나무들 / 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다들 아마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려운 씬을 찍을 때? 잠을 못잘 때? 그런 부분이 아닐까 예측하실 것이다. 근데 솔직히 그런 부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가장 힘든 부분 늘 연기 외의 것들이다. 촬영 현장도 여러분들처럼 작은 사회, 회사 직장이나 마찬가지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황과 인간관계가 있고, 난 그걸 지켜내고 이끌어가는 입장 중의 사람으로서 아직까지도 그 관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 인내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존재하고, 난 그 드라마의 대표 얼굴로서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게 꼴보기 싫어서 차라리 놀러나 다니지! 라는 생각도 한 적도 있는데, 물론 좋은 대본을 읽게 되면 또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그런 생각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긴 한다. 또한 내게 힘을 주는 사람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될 때 힘들었던 시간들은 다 커버되고 결과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고, 감동을 느낀다.“
#. 복귀작으로 선택한 ‘나의 위험한 아내’ 만족도를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감히 10점을 주면 안 될까?(웃음) 결코 내 연기에 내가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원 없이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이게 내 인생 마지막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그랬더니 못 해낼 것도, 못 참을 것도 없었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 jinaaa@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