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이 주는 장점은 선명성이다. 현란한 컬러를 배제하면 물체나 인물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전달된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본질에 집중하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명문 사대부이자 다산 정약용의 형인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은 천주교를 믿는 사학죄인으로 외딴 섬 흑산도로 유배를 온다.
그곳에서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은 홍어부터 돗돔, 해초류까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지식을 위해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제작한다. 이를 집필하기 위해 섬 청년이자, 어류에 해박한 어부 창대(변요한 분)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 거래하자고 제안한다.
<자산어보>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움에 목말라있던 창대는 정약전에게 글공부를 배우고, 정약전은 창대에게 어류에 대해 알려주면서, 두 사람은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어 스승이자 벗이 된다.
‘목민심서’ ‘경세유포’ ‘여유당전서’ 등을 저술하며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던 동생 정약용과 달리, 민중에게 실직적인 지식이 무엇인가에 더 집중했던 정약전. 그의 저서 ‘자산어보’를 영상으로 풀어내면서 귀중한 자료를 더욱 쉽게 그려냈다. 또 정약전이 소나무 벌채 금지 정책에 대해 저술한 ‘송정사의’, 어물 장수 문순득의 표류 경험을 기록한 ‘표해시말’까지 일화로 구성해 정약전의 자세, 참된 의미를 전해 감동을 선사한다.
‘자산어보’는 흑백영화임에도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컬러영화보다 선명함을 가지고 있었고 건네는 메시지의 힘이 셌다. 한 편의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자연은 감탄을 자아냈고, 그 시대를 재현한 듯 생생했고, 또 생물들의 모습은 더욱 강렬했다.
<자산어보> 스틸컷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더불어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색감이 없었기에 연기력으로 가득 채워야했다. 설경구와 변요한은 섬세한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였고, 러닝타임 126분으로 지루함없이 이끌어갔다. 더불어 우정출연을 한 배우 조우진, 류승룡, 최원영, 정진영, 김의성 등 친근한 이미지로 적재적소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mkc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