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실학자 정약용의 형이자 멘토였던 정약전의 유배 생활 중 물고기와 해양 생물을 기록해 만든 어보(魚譜)의 서문을 바탕으로 영화한 작품이다.
‘자산어보’로 4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변요한은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고, 생선 손질, 바다 수영, 노를 젓는 법까지 소화하며 섬 청년으로 변신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정약전을 만나 성장해가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배우 변요한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물론 훌륭하게 나왔고, 제가 찍고 싶었던 영화였다. 완성된 걸 보니까 뿌듯하다. 고생했던 스태프들도 생각나고,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너무 기쁘다.”
청년 어부 창대는 가난하고 서자라는 미천한 신분을 갖고 있지만, 성리학의 도리를 따라 입신양명을 꿈꾸며 글을 배우는 캐릭터다. 하지만 성리학이 무너진 시대, 곧은 길을 가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세상에 절망하기도 했다.
“저도 마찬가지고 제 주변도 마찬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 지점을 보고 저 또한 같이 느끼고 생각하면서 창대의 뿌리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창대의 마음을 이해한 것은 현장에 들어가서 설경구 선배님, 이정은 선배님, 류승룡 선배님, 강기영 선배 등 많은 선배를 만나면서 흘러가듯이 창대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또 대본도 그렇게 나왔고, 그래서 저는 잘 묻어서 창대의 향이 날 수 있게 흘러갔던 것 같다.”
배우 변요한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창대는 정약전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실존인물이나 ‘가난해 책이 많진 않았으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해양생물에 박식했으며 차분하고 꼼꼼한 성품을 가진 섬마을 소년’ 정도로 알려진 바는 없다. 기록이 거의 없는 인물이기에 변요한은 스스로 창대를 만들어야했고, 이에 ‘자산어보’ 촬영 전 직접 흑산도롤 다녀오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자연스럽게 가게 됐다. 굉장히 멀더라. 배도 타도 들어가야 하고, 가면서 느끼고 싶었는데 그냥 ‘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유배를 당한 분들의 이름이 적힌 걸 봤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쪽 주민들에게 정약전 선생님이 활동했던 곳들을 가이드해주는 분을 소개받았다. 걸어보고 느꼈고, 위대한 발자취와 그 분에 대한 조화를 어떻게 이룰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거기 계시는 분들도 그렇게 말씀하고 저도 그 말을 토대로 경험을 했다.”
어부 역을 맡은 만큼 물고기를 다루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했다.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화면에 담기지 않은 준비과정이 엄청 났을 것 같다.
“살면서 어부 역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생물 손질은 잘 배운 것 같다. 또 그 시대에 맞는 노 젓는 방법과 물과 가까워져서 해서 실내 수영장에서 오래오래 수영 연습을 했다. 그것은 준비 과정이고, 창대가 바라본 세상이 더 중요한 관건이었던 것 같다. 그게 창대를 아는 거에 가장 큰 고충이었던 것 같다. 창대를 통해 용기를 배웠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로. 반성도 많이 했다.”
변요한 인터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자산어보’에서 변요한은 설경구와 호흡이 남달랐다. 이전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케미를 선보였다.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님이시고 제가 좋아하는 베스트 작품에 항상 들어가 있어서 뵙고 싶었다. 이준익 감독님도 그렇고. 근데 두 분을 한 번에 만나서 설레고 많이 흥분됐다. 그래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영화를 찍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좋은 후배가 되고 싶었다. 설경구 선배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줄넘기를 1000개를 하고 그 신에 맞는 체형을 만들고 선비다운 모습을 위해 무수히 연습하는 걸 봤다. 저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배우고 잘 따라갔다. 호흡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좀 겸손하게 말하고 싶다. 호흡보다는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정말 존경하고 의지하는 분이다. 제가 정말 좋은 어른이 다섯 분 있다. 설경구 선배와 이준익 감독님이 포함돼 있는데, 세분은 비밀이다.”
‘자산어보’는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에 이어 흑백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최근 찾아볼 수 없었던 흑백 필름임에도 색깔을 가득 담은 듯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그 시대를 담아냈다.
“처음에는 겁이 났다. 눈빛이나 표정들이.. 잘 보면 지나가는 벌레들도 보인다. 흑백 영화를 보면 연기, 표정, 주름 등 형태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작은 것들이 다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모니터링을 하고 나서 과감하게 마음을 내려놓은 것 같다. 서툴지만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연기라도 진실되게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심적인 부담은 없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두 번은 없을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열심히 했다.”
변요한 인터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들에 눈도장을 찍은 후 영화 ‘소셜포비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까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변요한. 그는 ‘자산어보’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꿈을 가지고 용기를 가져라. 실패해도 부끄러운 게 아니다. ‘꿈을 가지고 움직여라’가 창대를 그리면서 느낀 점이다. 또 관객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mkc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