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대망의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데뷔 24년 만에 생애 첫 ‘1000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쥔 장항준 감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그의 남달랐던 학창 시절과 뭉클한 가족사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티잼비’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다는 장항준 감독의 학창 시절 떡잎은 남달랐다. 그는 과거 신문 하단에 실린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 광고만 보고도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친구들에게 화려한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던 소년이었다.
특히 학교 종소리가 울리기 직전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서 이야기를 끊어버리는 기막힌 타이밍 조절을 통해 친구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일찌감치 대중을 쥐락펴락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는 영화 ‘영웅본색’에 푹 빠져 직접 ‘항준본색’이라는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다. 학우들을 각 지역 지부장으로 임명하고, 학생들을 괴롭히던 수학·영어 선생님들을 악당으로 등장시켜 철저히 응징하는 전개로 교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장 감독이 대중과 호흡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첫 창작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야기 짓기에만 몰두했던 탓에 학업 성적은 늘 바닥을 맴돌았다. 유튜브 영상에서 장 감독은 수석과 차석을 휩쓸며 의대와 법대에 진학하던 우수한 친척들 사이에서 명절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방에 홀로 틀어박혀 슬픔을 삼키던 아들에게 다가온 건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아무런 책망 없이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 짧고도 묵직한 한마디는 훗날 열등생이었던 그가 “나는 공부만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굳은 믿음을 품고 거침없이 창작의 길로 뛰어들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상대로 펼치던 엉뚱한 상상력과 아버지의 무한한 지지는 켜켜이 쌓여 그를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성장시켰다. 공부를 못해 주눅 들었던 소년은 이제 자신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왕사남’을 통해 1000만 명의 관객을 웃고 울리는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우뚝 섰다.
친구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던 ‘항준본색’처럼, 역사 속 패자의 시선에서 진한 공감과 위로를 끌어낸 ‘왕사남’의 통쾌한 흥행은 장항준 감독 인생 최고의 ‘명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