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와 함께한 세월만 하더라도 벌써 12년. ‘두목 호랑이’ 이승현의 애국심은 여전히 뜨겁다.
전희철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일 원주 DB 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7 FIBA 카타르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홈 2차전에서 90-76으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은 베스트 전력으로 중국을 상대한 경기에서 처음으로 2연승을 달렸다. 그동안 2연승은 수차례 존재했으나 이번만큼 뜻깊은 건 처음이다.
그 중심에는 이현중, 이정현, 하윤기 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든든히 받쳐준 대표팀의 기둥이자 주장 이승현도 함께 빛났다.
이승현은 중국과의 2연전에서 평균 35분 이상 출전하며 6.0점 2.5리바운드 6.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지에서 찾기 힘든 활약이 더 돋보였다. 이승현의 헌신적인 박스 아웃과 스크린, 그리고 동료들의 득점을 도운 정확한 패스는 그가 왜 여전히 최고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특히 2차전 초반, 207cm 정판보의 속공을 완벽히 저지한 블록슛은 완승의 시작과 같았다.
이승현은 경기 후 “일단 우리가 한 획을 긋지 않았나(웃음).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정말 기쁘다. 최고참으로서 후배, 동료들에게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코칭스태프 모두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활약보다 동생들의 활약을 더 언급한 이승현. 그는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중국의 엄청난 높이를 극복, 아니 압도한 하윤기, 이원석에 대해 존중을 보였다.
이승현은 “너무 잘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윤기는 국가대표에 오면 평균이 있기에 걱정이 없었다. (이)원석이는 터프함을 처음 봤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까지 막으려는 모습을 본 건 정말 좋았다. KBL로 돌아가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된다. 모든 선수가 정말 잘해줬고 그들이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 나는 그냥 형으로서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그게 나의 역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이 중국을 상대로 이렇게 시원한 승리를 거둔 건 사실 찾기 힘든 일이다. 베스트 전력으로 맞붙었을 때는 더욱 상상하기 힘든 일. 10년 넘게 국가대표 생활을 한 이승현이기에 이번 승리는 분명 더 뜻깊었다. 예선 준비 과정은 분명 쉽지 않았으나 결국 결과가 좋았다.
이승현은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보면 상대성인 것 같다. 정관장과 연습경기를 했을 때는 합을 맞추려고 했고 그들을 이기려고 한 게임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정관장과 중국은 다르지 않나. 정말 기분 좋다. 국가대표가 된 후 처음으로 진짜 기분 좋다”고 밝혔다.
전희철 감독과 조상현 코치(감독)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은 이승현이다. 그는 “정말 감사했다. 우리 높이가 중국보다 낮은데 그럼에도 많은 롤을 줬다. 포워드들은 사이드나 코너, 우리는 가운데에서 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확실히 정해줬다. 덕분에 볼 컨트롤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이 너무 좋았다”며 “(전희철)감독님은 4번이 어떻게 움직이고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아시는 분이다. 그렇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편하게 농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열린 동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 데뷔한 이승현. 그는 벌써 12년째 태극마크와 함께하고 있다. 200cm가 안 되는 단신 빅맨이지만 그가 가진 기량과 BQ, 그리고 헌신적인 마인드는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외면할 수 없다. 라건아 시대에서 가장 좋은 호흡을 자랑한 선수도 바로 이승현. 그만큼 그는 대한민국 농구 역사에 남을 최고의 선수다.
이승현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저런 뜻으로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다. 사실 선수들에게도 계속 힘들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국가대표는 슬슬 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근데 선수들이 놔주지 않는다. 장난이다(웃음).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나의 꿈이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 최장수 국가대표를 한 번 노려볼까?”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원주=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