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이 많아 아쉽다. LG의 짜임새가 좋았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염경엽 감독이 지휘하는 LG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2-8로 완패를 당했다.
양 팀의 사상 첫 맞대결로 열린 한국시리즈였다. LG와 한화는 전신인 MBC 청룡과 빙그레 이글스 시절을 포함해도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서 맞붙은 적이 없었다. 그런 첫 맞대결 1차전서 한화는 LG에 공수에서 완전히 밀린채로 패하면서 기선을 내줬다.
실제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의 경우 매우 유리한 우승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여겨진다. 역대 한국시리즈서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하고 41차례의 맞대결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횟수가 무려 30번이다. 우승 확률이 73.2%에 달한다.
한화의 선발투수 문동주는 4.1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4실점(3자책)을 기록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최고 구속이 154km에 그치는 등 PO와 비교하면 구위가 떨어진 모습. 거기에 부담감에 제구마저 흔들린 끝에 선발 싸움에서 밀렸다.
문동주에 이어 나온 한화 불펜 투수들마저 무너지면서 한화는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무려 9명의 투수를 쏟아부으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이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투수전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특히 이날 한화 투수들은 LG 투수들과 같이 7개의 안타만을 맞았는데 7개의 볼넷을 헌납하면서 자멸했다. LG의 투수들이 단 1개의 볼넷만으로 경기를 막아낸 것과 가장 비교되는 대목인 동시에 그들의 2실점과 한화의 8실점으로 가장 차이가 났던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한화는 이날 3루수 노시환이 타선에서 멀티히트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홈 악송구와 본헤드 플레이성 수비를 펼치는 등, 수비와 공격 전반 디테일한 플레이서 아쉬움을 노출한 끝에 패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경문 한화 감독은 “투수들의 볼넷이 많았던 게 아쉽다. 경기 지고 난 이후에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내일 경기 준비를 잘하겠다”며 짧은 경기 총평을 전했다.
1회 문현빈의 대형 타구가 LG 중견수 박해민의 호수비에 잡히면서 경기 초반 대량 득점 기회를 놓친 것부터 분위기가 어렵게 흘러갔다. 해당 장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LG의 좋은 수비가 나왔다. 상대가 잘 한 것은 칭찬해야 한다. 우리가 더 잘해서 앞으로는 그걸 빠지도록 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1위 KS 직행으로 경기 감각 공백이 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LG가 좋은 경기를 펼쳤다. 김 감독은 “LG가 정규시즌에 우승한 팀답게 여전히 짜임새가 좋아보였다. 내일은 우리 타선에서 조금 더 분발하고 준비를 잘해서 한화가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문동주의 구위가 떨어져 있던 것은 체력 문제보단 ‘긴장에 따른 난조’를 이유로 봤다. 김 감독은 “지친 것 보단 초반에 몸이 덜 풀린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경기 끝나고 나서 어떤 이유가 있겠나. 다음 경기 준비를 잘하겠다”고 했다.
5회 말 오스틴의 땅볼 때 나온 노시환의 홈 악송구가 4실점째로 연결되면서 한화가 팽팽했던 경기 중반 흐름을 내준 면이 있다. 노시환은 6회에도 2-6으로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 1사 1,2루서 아쉬운 수비를 했다. 김현수의 안타 이후 중계 플레이를 처리하던 도중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던 LG의 주자 홍창기가 넘어진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홍창기가 홈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판단한듯 후속 동작 없이 계속 외야쪽을 바라보다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홈으로 중계를 연결했고, 충분히 잡아낼 수 있던 주자를 잡지 못하고 2-7로 점수 차가 벌어지는 득점 상황으로 이어지게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물론 다 막아줬으면 좋았겠지만 젊은 선수고 KS를 처음하다보니 그런 실책이 나왔다. 내일은 더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노시환을 감쌌다.
1차전 패배로 불리해진 한화가 2차전 적지에서 ‘에이스’ 류현진 선발 카드를 다시 꺼내든다. 김 감독은 “오늘과 다르게 내일은 사구가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볼넷 이후 점수를 많이 줬다. 안타 수는 똑같았는데 볼넷이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오늘은 LG가 잘했고, 내일은 한화가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면서 에둘러 류현진 등판 호투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아쉬움이 컸던 KS 1차전이지만 한화의 수확도 있었다. 바로 정규시즌 막판과 PO에서 부진을 거듭했던 김서현이 8회 2사 상황 마운드에 올라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분위기를 전환시킨 부분이다. 김 감독은 “야구가 맞다 보면 또 안좋은 쪽으로 생각이 많이 나는 거고, 또 막다 보면 좋은 생각이 나니까 앞으론 더 좋은 모습이 많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향후 김서현의 호투를 기대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가 던졌던 것은 몸이 기억한다. 김서현도 마무리를 맡아서 올해 다른 시즌보다 많이 나갔고 이닝도 많았다. 그런 부분은 있다”면서도 선수들의 전체적인 체력 문제에 대해 “피곤은 하겠지만 한국시리즈에 와서 그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 많은 경기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 피로가 덜 쌓이도록 많이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