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 대전과 포항의 파이널 라운드(A) 첫 경기였다. 대전은 이명재의 프리킥 선제골과 주민규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포항을 2-0으로 잡았다.
대전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대전이 2012년 스플릿 라운드 도입 후 K리그1 파이널 A에 속한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포항전은 대전이 파이널 A에서 치른 첫 경기였다. 대전이 그런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이다.
대전은 홈에서 펼쳐진 포항전에서 매우 약했었다. 대전이 홈에서 치른 포항전에서 승리한 건 2007년 8월 12일이 마지막이었다. 2025년 10월 26일. 대전이 무려 18년 만에 홈에서 포항을 잡았다.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34)는 대전이 2-0으로 앞선 후반 32분 주앙 빅토르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승대의 올 시즌 세 번째 출전 경기였다.
김승대는 팀 승리에 기쁨을 표하면서도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 종아리 부상이 반복되면서 무려 7개월이나 재활에 매진해야 했기 때문.
‘MK스포츠’가 포항전을 마친 김승대와 나눈 이야기다.
Q.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나는 딱히 한 게 없다(웃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우리가 상승세다. 그 힘을 이어가고 있다.
Q. 경험이 많지 않은가. 대전이 파이널 A에서 경기를 치른 게 오늘이 처음이다.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나.
올해 부상으로 재활한 시간이 길었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다. 선수들에게 조언해 줄 기회나 시간이 거의 없었다. 훈련할 때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주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선수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잘한다. 먼저 이것저것 말을 하기보단 후배들이 무엇이든 물어보면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당장 고민이 많거나 힘들어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Q. 후배들이 김승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건 무엇인가.
움직임이다. 어떻게 볼을 주고받으면서 들어가야 하는지를 물어본다. 타이밍과 같은 걸 제일 많이 물어보지 않나 싶다.
Q. 인터뷰를 통해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모르겠다. 팀에서 베테랑이다. 경험이 풍부하다. 올 시즌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주)민규 형을 비롯한 선배들과 팀을 이끌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올 시즌 4경기 남았다. 우리가 K리그1에선 4연승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 기록을 깨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올해 황선홍 감독님을 필두로 똘똘 뭉쳐서 징크스란 징크스는 다 깨고 있지 않나. 내가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팀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Q. 대전이 홈에서 포항을 잡은 게 무려 18년 만이다. 2007년 8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홈에서 포항을 잡은 거다. 알고 있었나.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알았다. 나는 포항을 상대로 여러 번 붙어봐서 그런지 그런 기록이 있는지 몰랐다. 황선홍 감독께서 오시고 여러 징크스를 깼다. 선수들이 그 과정에서 큰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이젠 반대로 우리가 ‘원정 팀의 지옥’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홈에서 포항을 만나면 매번 승리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린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Q. 신인 시절 포항에서 황선홍 감독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 베테랑이 되어 대전에서 황 감독과 재회해 함께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께선 지난해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지휘봉을 잡으셨다.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엔 어떤 색깔을 내기보단 이기는 게 중요했다. 그때도 황선홍 감독께선 “이 위기만 넘기면 자신 있다”고 하셨다. 올 시즌 시작하면서부터 그 자신감을 증명하고 있다. 내가 신인 때 경험했던 점유율과 패스 기반의 축구가 계속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느낀다. 최근 경기를 보면, 우리의 공·수 전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걸 느끼실 거다. 감독님이 주문한 걸 계속해서 이행하고 있는 결과다.
Q. 현재 몸 상태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 건가.
잘 모르겠다. 프로에서 경기를 뛰는 건 오늘이 세 번째다. 7개월을 쉬었다. 너무 오래 쉬었다. 황선홍 감독께선 훈련장에서 어떤 몸놀림을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기회를 주신다. 개인적으로 경쟁에서 밀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몸이 K리그1의 속도에 적응만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을 뛸 자신이 있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체력과 근력만 받쳐준다면, 경기장에서 더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다.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Q. 7개월이란 시간을 쉬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진 듯한데.
선수 생활하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다. 종아리가 세 번이나 찢어졌다. 한 번 찢어질 때마다 2개월을 쉬었다. 마지막에만 3개월을 쉰 거다. 여기서 느낀 게 있다. 처음부터 3개월을 쉬어야 했다. 3개월을 쉬었다면, 7개월까지 쉬진 않았을 거다. 종아리가 찢어진 게 처음이다 보니 아는 게 없었다. 경험 있는 형들도 없었다. 병원에서 쉬라는 기간만 쉬고 운동하다 보니 몸이 버티질 못한 것 같다. 지금은 통증이 없다. 처음부터 3개월을 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험이 없어서 부상 관리를 잘못했던 것 같다. 아쉬운 만큼 남은 기간 더 열심히 하겠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