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끊임없는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구단주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향한 팬들의 분노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IBK 배구단은 지난달 21일 서남원 감독을 경질하고 주장 조송화와 함께 팀을 무단이탈했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승격시키는 비상식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서 감독의 경질 사유는 성적 부진 및 팀 내 불화 발생에 대한 책임이었다. 조송화와 김 코치가 훈련 과정에서 서 감독에게 항명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지만 옷을 벗은 건 서 감독 혼자였다.
지난 5일 화성체육관 앞에 등장한 IBK기업은행 규탄 트럭시위. 사진(경기도 화성)=천정환 기자
김 코치의 경우 팀을 무단이탈한 뒤 복귀한 것도, 감독 대행으로 영전한 것도 ‘윗선’, 즉 윤 행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식적으로 감독 경질을 배구단 사무국 독단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은 없다. 구단주인 행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팀을 무단이탈했던 김 코치가 ‘임시’라는 꼬리표가 붙었을지언정 감독 대행으로 승격된 것도 구단주의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김 코치는 숱한 논란과 배구계, 언론의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일 사퇴했지만 IBK는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구팬들은 IBK의 홈 경기 때마다 화성체육관 앞에서 구단과 기업은행을 성토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도 트럭시위가 이어지는 등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서 감독 경질 이후 신임 감독 선임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윤 행장이 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달 23일 해외출장을 떠났다가 30일 귀국했다.
기업은행 측은 일단 배구단 운영은 전적으로 배구단이 맡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윤 행장이 배구단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 아마추어 지도자에 대해 선임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특정 매체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 발언이다. 은행 공식 회의 등에서 해당 내용이 논의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여러 언론에서 제기된 윤 행장의 배구단 운영 관여 의혹에 대해서도 별도의 해명이나 반박 등을 내놓을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경기를 끝으로 사퇴한 김사니(왼쪽 두 번째) IBK기업은행 감독 대행.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감성한 부행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한 후에도 배구단이 매끄럽게 수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구단주가 어떤 입장 표명도 없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윤 행장은 각종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지난 8월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구단주인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 단독 명의의 사과문이 나온 건 NC소프트 창립 이래 처음이었다. 순전히 구단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기업은행의 경영철학은 '바른 경영으로 혁신을 선도한다'지만 이번 사태에서 바르고 혁신적인 모습은 전혀 없었다. 구단주의 침묵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