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투수 조상우(27)가 군 복무를 앞두고 스스로의 과오를 다시 끄집어내는 무리수를 뒀다. 팀과 야구계에 크나큰 민폐를 끼쳤던 사실은 새까맣게 잊은 채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
조상우는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KBO에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5월 KBO로부터 참가활동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채우지 못했던 정규시즌 등록일수는 물론 연봉 피해액까지 배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상우는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2018년 5월 23일 인천 원정 기간 중 선수단과 투숙 중인 호텔에서 팀 선배 박동원과 함께 외부 여성 2명을 불러 술을 마셨다. 해당 여성들이 조상우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18년 5월 28일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에 출석했던 키움 히어로즈 투수 조상우. 사진=MK스포츠 DB
조상우는 성폭행은 없었으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항변했다. 자신을 신고한 여성 2명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경찰은 조상우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당시 키움 사령탑이던 장정석(48) 현 KIA 단장은 수많은 취재진과 야구팬 앞에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KBO는 사건이 불거진 뒤 발 빠르게 대처했다. KBO 규약 제152조 제5항에 따라 조상우, 박동원의 참가활동 정지를 결정했다. 총재가 선수들의 '부정행위'와 '품위손상'과 관련해 그에 관한 신고 및 확인 과정에서 해당 직무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자에 대해 제재 결정 때까지 참가활동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근거였다.
조상우, 박동원의 참가활동 정지는 이듬해 1월 풀렸다.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성폭행 혐의는 벗었다. 조상우는 이때부터 KBO의 징계로 인해 손해를 본 1군 등록일수와 연봉에 대한 회복과 보상을 요구했다. 사법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KBO가 활동 정지 조치를 내린 부분을 문제 삼고 나섰다.
3년 전 KBO의 판단을 가혹하다고 여기는 시선은 없었다. 성폭행 논란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선수가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게 뻔했고 규약에 따라 최소한의 조치를 내렸을 뿐이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3년이 지나긴 했지만 리그 전체에 피해를 입힌 품위손상 부분이 분명히 있었고 귀책사유도 선수들에게 있었다”며 “야구 규약을 근거로 정당하게 출장 정지를 결정했고 무혐의 이후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KBO의 활동 정지가 없었더라도 조상우가 2018 시즌 FA 등록일수를 모두 채우고 자신이 스스로 책정한 2019 시즌 기대 연봉 2억 원을 받을 만큼의 성적을 냈을 가능성은 ‘0%’다. 구단과 감독이 미치지 않고서야 성폭행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선수를 1군 엔트리에 계속 뒀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3년 전 추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조상우의 자승자박이었다.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불러 경기 전날 술판을 벌인 사실만으로도 구단 자체 징계로 엄히 다스릴 일이다. 사건이 경찰 조사로 이어진 이상 명백한 ‘품위손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키움은 올 시즌 중 술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한현희(28), 안우진(22)이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술을 마셔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송우현(25)은 음주운전으로 아예 퇴출됐다. 조상우가 조금이라도 팀을 생각했다면 3년 전 일로 다시 키움과 야구계가 시끄러워지는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조상우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묵묵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믿었던 팬들은 또다시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 소송이 조상우 개인의 일이라며 선을 그은 키움의 대처도 문제다. 조상우의 소송 제기는 실력만 있다면 어떻게든 품고 가려는 구단의 안일한 행정력이 낳은 부끄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