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두산 최다승(129승) 투수 장원준(37)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 위기에 몰렸다. 두산 구단은 그를 내년 시즌 전력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이 장원준에게 시간을 더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등 떠밀려 은퇴하게 되면 미련이 남는다. 후회 없이 모든 힘을 쏟아 보라”고 주문하며 장원준에게 한 시즌의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하지만 장원준이 얻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 감독은 장원준에게 시간을 준 것이지 기회를 준 것은 아니다. 기회는 스스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장원준이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이승엽 감독은 “장원준에 대해 예우를 해주고 싶었다. 팀 내 최다승 투수로서 마지막까지 미련이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본인이 인정한다면 언제든 유니폼을 벗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인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독기로 달라붙으면 또 다른 반전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은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엽 감독은 모든 선수들을 원점에서 놓고 평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과거의 성과나 이름값은 중요하지 않다. 장원준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과정을 만들지 못한다면 올 시즌 끝나고 맞이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맞게 될 뿐이다.
김태형 전임 두산 감독은 장원준에게 구속 140km를 주문한 바 있다. 140km는 나와줘야 좌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했었다.
김 전 감독은 장원준이 140km를 넘기지 못하자 1군 엔트리서 제외했고 이후 다시 부르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이 똑같은 잣대를 들이 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원준이 좌타자를 잡는데도 어려움을 보인다면 무한정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 결단을 내리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원준의 선수 생명은 장원준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정도만 해도 최고의 예우라 할 수 있다. 선수 스스로 은퇴를 선택할 기회를 준 것은 감독이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다. 구단도 신임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장원준에게 주어진 것은 시간이지 기회가 아니다. 기회는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새카만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겼을 때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장원준은 미련이 남지 않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스스로 이해가 되는 시즌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장원준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스스로도 은퇴를 인정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