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감독님은 제게 아버지와 같은 분입니다.”
지난 5일 원주 DB의 이상범 전 감독이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성적 부진 및 컨디션 문제로 인해 2017년부터 함께한 정든 팀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먼 곳에서 지켜본 에이스는 고개를 떨궜다.
이 전 감독이 2017년 DB의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팀 체질 개선과 함께 에이스 만들기였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DB의 뉴 에이스는 바로 두경민이었다. 이 전 감독은 두경민이 김주성과 윤호영 다음을 책임질 원주의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도왔고 2017-18시즌 정규리그 MVP라는 기쁨을 함께 누렸다.
그런 두경민이기에 이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은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자신의 전성기가 가장 크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준 스승이기에, 또 부상으로 쓰러진 지금 어떤 도움도 줄 수 없기에 쓰린 마음만 안고 있어야 했다.
두경민은 6일 MK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마음이 좋지 않다. 감독님은 내게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나는 물론 우리 선수들에게 있어 감독님은 단순히 지도자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내게는 ‘내 새끼’라고 해주셨을 정도로 많이 아껴주셨다. 감독과 선수가 아닌 그 이상의 관계였다”며 “그런 내가 어떤 도움도 드리지 못해 아쉽고 또 죄송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두경민은 이날 이 전 감독을 찾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또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내 탓이 아니라고도 해주셨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죄송했다”고 말했다.
또 “감독님은 우리 팀에서 정말 오래 계신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마무리를 좋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렸다. 많은 대화를 나눴고 또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과 두경민은 사실 이런저런 이슈가 적지 않았던 관계다. 정규리그 1위,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함께한 2017-18시즌 ‘태업’ 논란은 물론 2020-21시즌이 끝난 뒤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트레이드가 되는 등 좋고 나쁨의 차이가 큰 편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랬다.
그러나 두경민은 “많은 사람이 감독님과 나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 또 골이 깊다고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내가 실수했을 때도 감독님은 항상 품어주시고 또 대화하려고 하셨다. 농구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두경민’이라는 사람을 인정해주셨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떠났고 이제는 김주성 감독대행의 시대가 됐다. 언젠가 DB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기가 빠르게 찾아왔다. 김 대행과 선수로서, 또 코치로서 함께한 두경민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두경민은 “농구를 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분이다. MVP가 된 시즌에 코트 안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 소식(감독대행)이 전해진 후 아직 대화하지는 못했다. 나 역시 수술 때문에 팀을 나와 있고 또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다 보니 기회가 없었다”며 “분명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 시절에도 후배들을 잘 이끌었고 또 농구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내가 평가하는 게 이상하지만 선수 시절 김주성이란 존재는 어마어마했다. 그 존재만으로도 안정감이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두경민은 오는 9일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그는 오프 시즌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반월판 수술을 받는다. 같은 부상이 재발한 것이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두경민은 “반월판을 조금 다쳐서 오프 시즌 때와 같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도 재활 기간은 전과 같은 한 달 정도라고 한다. 복귀 시기에 대해선 지금 말하기가 어렵고 컨디션을 봐야 할 듯하다”며 “같은 부위를 또 다치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몸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올 시즌 안에는 복귀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