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의 자격정지 처분 받은 3인의 말로는…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이기흥체육회장, 김택규배드민턴회장은 낙마
정몽규축구협회장 4연임 도전…초미의 관심사
문체부, 초강경 자세…축구협회는 미온적 대처
유승민체육회 김동문배드민턴, 당선인 반사이익

체육계는 하계올림픽이 열린 그해 12월부터 다음 해 2월 사이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육상, 축구 등 82개 경기단체(인정단체 포함) 회장 선거를 치른다. 따라서 4년 주기로 체육계는 선거 열풍이 몰아치며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와중에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지난 14일 3연임을 노리던 이기흥(70) 대한체육회장을 꺾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또 김동문(50) 원광대 교수는 지난 23일 김택규(60) 현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으로 뽑혔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축구회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특별시 종로구 축구회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왼쪽부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정몽규, 허정무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왼쪽부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정몽규, 허정무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제 체육계의 관심은 정몽규(63 현대산업개발 회장)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4연임 여부에 쏠려있다. 이기흥, 김택규, 정몽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이들 3인이 경기단체 감독기관인 문체부의 특별감사 결과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 요구를 받거나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기흥과 김택규는 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들어 퇴출 상태이며 정몽규만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허정무(70) 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67) 명지대 초빙교수와 경합 중이다.

하지만 1월 8일 예정돼 있던 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23일로 미뤄지더니 다시 2월로 연기돼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과연 정몽규가 현대그룹의 조직과 재력을 활용해 4연임에 성공할지, 아니면 이기흥, 김택규의 전철을 밟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기흥 의외의 낙마…오만과 막말 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낙마는 의외였다. 2016년부터 2회 연속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돼 지난 8년간 전국을 순회하며 각종 체육대회에 참석,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을 펼쳐온 이기흥이었기에 이번 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더욱이 범야권은 5명의 후보가 난립, 이기흥에게 더욱 유리한 국면이었다. 하지만 1209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379표를 얻어 417명이 지지한 유승민에게 38표 차로 뒤져 쓴잔을 들고 말았다. 이기흥의 패인은 무엇보다 ‘오만’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TV에서 공개적으로 “3연임을 하든, 5연임을 하든 그것은 내 마음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는가 하면 감독기관인 문체부와도 대립각을 세워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작년 1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4 체육인대회에서는 대통령실 장상윤(55) 사회수석에게 문체부 견제를 위한 건의문을 전달하는가 하면 작년 8월 파리올림픽 선수단 귀국환영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사사건건 문체부와 마찰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 문체부로부터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서 체육계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안세영 폭로…김택규 배드민턴회장 무너져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024년 10월9일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예선 경기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024년 10월9일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예선 경기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작년 8월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안세영(23)의 인천공항 귀국 회견 ’작심 발언‘의 대상이었던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도 이번 선거에서 김동문 교수에게 43대 64, 21표 차로 완패했다.

안세영은 협회를 겨냥해 “부상관리가 허술하다” “대회 출전을 임의로 막았다” 등 폭로성 발언을 했고 문체부는 배드민턴 협회 조사 결과 김 회장의 횡령 및 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김 회장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했으나 김 회장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회장 선거에 나섰다.

그러나 대의원들의 외면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관왕인 김동문 당선인은 안세영의 발언에 공감하며 잘못된 관행과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시스템의 개선 등을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이 어떻게 축구협회장 될 수 있나”
한국축구인노조가 2025년 1월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축구인노조가 2025년 1월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축구계는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 체육을 총괄하는 문체부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하라는 처분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설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3회 연속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된 정몽규 회장이 2월 중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오자 정 회장이 지난 12년간 재임하면서 불거진 문제점들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회장의 최대 실책은 1988년부터 9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했던 한국 축구가 2024 파리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60년 만의 정상 복귀를 꿈꾸었던 카타르 아시안컵 중도 탈락도 악재라면 악재.

여기에 위르겐 클린스만(61 독일)에 이어 황선홍(57), 홍명보(56) 등 국가대표 A팀 감독을 독단적으로 기용, 전력강화위원회의 통과 등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3년에는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을 추진하다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소문과 달리 지난 12년간 세 차례 1000만 원씩 모두 3000만 원을 협찬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 총회(8일)를 하루 앞두고 50억 원 쾌척하겠다고 발표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특히 2021년 광주 현대산업개발 공사장 참사의 피해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유인촌(74) 장관 등 문체부도 정 회장에게 “명예롭게 은퇴하시라”라고 권하면서 정 회장의 4연임에 반대해 왔으며 작년 7월 특별감사에서 27건의 문제점이 드러나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도록 지시했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이에 반발, 이의를 제기했고 문제부는 축구협회의 의기 제기를 다시 기각하는 한편 2월 2일까지 정 회장의 중징계를 완료하도록 촉구했다. 과연 축구협회가 문체부의 정 회장 중징계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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