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력해야”, “요새는 헝그리 정신 없어” 잔칫날에도 한국 女 농구 걱정한 위대인과 퀸단비…‘그 스승에 그 제자’ [MK용산]

최초입력 2025.02.25 09:00:00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위대인과 퀸단비는 잔칫날에도 한국 여자 농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3층 그랜드볼룸 한라홀에서는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각 팀 사령탑 및 선수들은 오랜만에 승부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행사를 즐겼다.

이런 잔칫날에도 ‘위대인’ 위성우 감독은 한국 여자 농구의 미래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한 공을 인정받아 지도상을 수상한 위 감독은 선수들, 코칭스태프에게 감사를 전한 뒤 “우리 한국 여자 농구가 예전 세계선수권 준우승, 올림픽 은메달, 4강의 업적들을 이뤄냈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많이 침체됐다. 많이 약해졌고, 국제대회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위성우 감독이 지도상을 받은 뒤 한국 여자 농구를 위한 소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던 한국 여자 농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등 201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5위로 마무리했다. 대한민국이 이 대회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1965년 대회 창설 이후 처음.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58-81로 대패해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고,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위성우 감독은 “선배님들이 닦아놓은 길이 있다. 선수들이 그 길을 따라 열심히 노력해주면 머지않아 우리 여자 농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 다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자’ 김단비(우리은행)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시상식에서 득점상, 리바운드상, 블록상, 스틸상, 윤덕주상(최고 공헌도상), 우수 수비상, 베스트 5(포워드),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며 2023-2024시즌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에 이어 통산 두 번째 8관왕에 등극한 김단비는 시상식 후 “선수들이 노력을 안 한다 할 수는 없는데, 예전보다 조금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없지 않아 있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운동 선수들이 그렇다. 옛날에는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요새는 없어졌다 생각한다. 우리가 진짜 프로라면 편한 것보다는 구렁텅이로 스스로 빠져들 만큼 힘든 것을 찾아서 해야 한다. 우리는 결국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 연습도 더 많이 하고, 화려한 것보다는 기본기를 더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위성우 감독과 김단비는 그동안 한국 여자프로농구를 이끌어 온 인물들이다. 먼저 위 감독은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10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8회 우승을 이끌었다. 김단비는 신인이었던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시절 위성우 감독으로부터 기본기를 배웠고, 우리은행에서 재회한 뒤에는 ‘에이스의 책임감’을 지도받았다. 그 결과 김단비는 항상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고, 이날에는 WKBL 통산 6번째 만장일치 MVP 및 8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은 잔칫날에도 한국 여자 농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야말로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 또한 이 두 사람의 말이기에 결코 가볍게 흘려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