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종(34·광주 FC)은 2012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프로에 데뷔해 FC 서울, 아산 무궁화 FC(군 복무), 감바 오사카(일본), 대전하나시티즌을 차례로 거쳤다.
주세종은 2024시즌을 마치고 고민을 거듭했다. 주세종은 대전과의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타 구단을 알아봤다. 축구계에 따르면 주세종을 원한 구단은 여럿이었다. 국외에서도 주세종을 원한 팀이 있었다.
주세종은 광주를 선택했다. 주세종은 “이정효 감독님 때문”이라고 했다.
‘MK스포츠’가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홈)을 하루 앞둔 3월 1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주세종을 만났다.
Q. ACLE 16강 2차전을 앞두고 최종 훈련을 마쳤습니다.
이정효 감독께서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강팀이든 약팀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우리가 고베에 2경기 연속 패했다는 거다. 이번엔 꼭 복수하자. 더 나아가서 8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모든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Q. 주세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포함 다양한 국제무대 경험이 있습니다. 16강 1차전을 0-2로 졌잖아요. 16강 2차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따로 이야기해 준 게 있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강조한 건 없어요. 우리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잖아요. ‘경기장에 나가서 죽기 살기’로 하는 건 프로선수에겐 기본입니다.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 중계방송으로 우릴 응원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서 당연히 모든 걸 쏟아야 해요.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닙니다.
Q.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광주는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잖아요. 광주에서 중요한 건 ‘우리가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경기장에서 어떻게 내보이느냐’ 하는 겁니다. 선수들과 최종 훈련을 마친 뒤에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우리 축구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어요. 광주만의 축구로 꼭 해 보겠습니다.
Q. 많은 팬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주세종’을 기다립니다.
몸 상태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웃음). 한 80%까진 올라온 듯해요. 이정효 감독께서 “출전 시간을 점차 늘려가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자”고 하셨습니다. 저도 동의했고요.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Q. 광주 생활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이런 환경을 몇 년 만에 마주한 듯합니다. 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저 혼자 광주에서 생활하거든요. 가족이 매일 보고 싶은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웃음).
Q. 가족들은 추후 내려오는 겁니까.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학원 등이 있어서 광주에서 함께 생활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제게 “축구에만 더 집중하면서 개인과 팀 모두 발전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라”고 했어요. 고맙죠. 아내의 배려로 축구에만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대전에서 정말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대전을 나와서 광주를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고민이 많았을 듯합니다.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드리면, 솔직히 조건을 안 볼 순 없잖아요. 프로선수는 연봉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거니까. 광주보다 몇 배는 높은 연봉을 제시한 팀들이 있었어요.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제안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선택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Q. 그때 주로 어떤 고민을 했습니까.
내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어떤 선택이 앞으로의 축구 인생에 도움이 될까’란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그때 이정효 감독께 전화가 왔어요. 이정효 감독께서 제게 “솔직히 타 팀과 비교해 연봉이 부족할 거다. 하지만,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죠.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정효 감독님은 한국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지도자세요.
그런 분께 지도받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기회입니다. 감독님과 통화한 뒤 아내와 이야기하고 바로 결정했어요.
Q. 이정효 감독에게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조금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제가 대전에 있을 때도 이정효 감독님의 축구를 대단히 인상 깊게 봤어요. 다들 느끼시잖습니까. ‘광주 축구가 다르다’는걸. 대전에 있을 때도 선수들과 ‘광주가 참 매력적인 축구를 한다’고 얘기했었거든요. 감독님이 전화로 “연봉은 차츰차츰 준비할 수 있다. 같이 훈련하고 생활하다 보면 너도 배우는 게 있을 거다”라고 하셨죠.
이정효 감독님이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말씀을 해주셨어요. 감독님은 항상 결과로 보여주시는 분이잖아요. 신뢰가 있었습니다. 저도 슬슬 선수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은 선수 생활이 최우선이지만, 조금씩 준비해야죠. 이정효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광주로 향했습니다.
Q. 광주에 합류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정효 감독이 주목받는 지도자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느낍니까.
이정효 감독님은 디테일이 확실히 다릅니다. 다른 감독님들도 추구하는 색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어요. 이정효 감독님이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 때 느낀 게 많았거든요. 훈련이 엄청나게 체계적이란 걸 느꼈습니다. 그때 만났던 감독님, 코치님들에게 배운 것이 정말 많았죠.
일본에 있을 때 늘 생각했거든요. ‘이런 훈련은 한국에도 도입하면 정말 좋겠다’고. 이정효 감독님이 그런 체계적인 훈련을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철저하십니다. 훈련이 아주 세세할 뿐 아니라 비디오 분석, 선수단 미팅을 통해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걸 보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짚어주세요.
Q. 주세종이 대전에 있을 때부터 느꼈지만 은퇴 후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큰 듯합니다.
꼭 하고 싶어요. 지금도 기회가 되면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있습니다. B급까진 따놓은 상태죠. 당장은 선수로서 광주란 팀의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할 겁니다. 다만 이정효 감독님의 훈련, 비디오 분석, 선수단 미팅 등을 눈여겨보고, 필요한 건 메모를 하고 있어요. 광주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Q. 많은 지도자를 거쳤잖아요. 주세종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영감을 준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상황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FC 서울에 있을 때 최용수 감독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최용수 감독님에게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 만났던 감독님들에겐 훈련 준비, 경기 스타일, 선수 관리 등을 배웠고요. 이정효 감독님은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십니다. 더 세세한 준비, 더 철저한 선수 관리, 특히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스스로 움직이게끔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매번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정효 감독님을 포함해 지금까지 만났던 지도자들의 장점을 모두 메모해 놓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장점만 쏙쏙 빼닮고 싶어요(웃음).
Q. 광주 팬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서 광주로 향했습니까.
우승이나 ACLE 8강 진출 등은 팀의 목표입니다. 선수는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땀 흘려야 해요. 감독님이 방향성을 정해주시면, 저는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광주에 어린 선수들이 많잖아요. 팬들에게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이 계속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당장 울산 HD나 전북 현대처럼 자금력이 풍부해지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그 팀들과 비교했을 때 ‘호락호락하지 않은 팀’이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K리그1 모든 구단에 ‘광주는 계속해서 이기기 어려운 팀’이란 인상을 이어가고 싶어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저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온 힘을 다할 겁니다.
Q. 3월 29일 대전 원정 경기가 있습니다. 광주 유니폼을 입고 첫 대전 방문이잖아요. 어떨 것 같습니까.
이 자리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광주 이적을 확정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느낀 일이 있었어요. 대전 클럽하우스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 빨래해 주시는 분들, 선수단 치료실에 계시는 분들, 장비 담당하시는 분들, 버스 기사 아버님 등이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셨습니다.
대전 팬들도 축하해주셨어요. 마음이 정말 따뜻했습니다. 저는 행복한 선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광주에서 잘하는 걸 보여드려야 합니다. 비록 대전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분들도 제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우리(대전)하고 할 때만큼은 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웃음).
승부의 세계잖아요. 특히나 저는 광주 선수입니다. 광주의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게 주세종이란 선수를 응원하는 모든 분에 대한 예의인 것 같습니다.
[광주=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