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허훈과 함께하는 ‘비브라늄 방패’ 수원 kt는 정말 무섭다.
kt는 지난 27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고양 소노와의 2024-25 KCC 프로농구 6라운드 홈 경기에서 90-81로 승리, 3연승을 질주했다.
이로써 kt는 창원 LG와의 격차를 1게임차로 다시 좁히며 2위 경쟁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허훈이 있었다.
허훈은 이날 ‘작정현’과 펼친 국내 최고 가드 맞대결에서 판정승했다. 그는 3점슛 4개 포함 25점 10어시스트 1스틸,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부족함이 없었다. 과감했고 정확했으며 날카로웠다. 허훈은 득점이 필요할 때 직접 나섰고 정확한 패스로 동료를 살렸다. MVP 시절 퍼포먼스를 완벽히 회복했다.
올 시즌 유독 흔들렸던 허훈이다. 손목, 손가락, 발바닥 등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 보니 야투 난조를 겪었다. 리그 최고의 득점원이 흔들리니 kt도 위기였다. ‘비브라늄 방패’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때 해결책이 된 건 JD 카굴랑안과의 투 가드였다.
송영진 감독은 허훈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에이스의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투 가드를 선택했다. 언더 사이즈의 허훈, 카굴랑안을 앞선에 동시 배치한다는 건 어쩌면 ‘도박수’였다. 과거 허훈과 정성우 투 가드를 활용했던 kt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카굴랑안은 정성우와 달리 완전한 1번. 그렇기에 허훈이 2번으로 뛰어야 했다.
허훈이 2번으로 뛴 건 많지 않다. 오히려 정성우와 함께했을 때는 1.5+1.5에 가까웠다. 하나, 카굴랑안과 함께했을 때는 완전한 2번으로 뛰어야 했다. 평생 1번 역할을 하며 정상에 섰던 그였기에 적응이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허훈의 재능은 2번 자리에서도 대단했고 금방 빛을 볼 수 있었다.
득점에만 집중하는 허훈은 무서웠다. 지난 16일 창원 LG전에서 2번 허훈의 득점 본능은 제대로 빛났다. 그는 또 다른 ‘비브라늄 방패’ LG의 수비를 마음껏 무너뜨렸다. 23분 3초라는 짧은 출전 시간 동안 19점을 집중했다. 그 결과 LG는 올 시즌 처음으로 아셈 마레이가 있는 경기에서 90점대 실점을 허용했다(kt 90-62 승).
이후 허훈의 다득점 행진이 이어졌다. 24일 서울 삼성전에서 잠시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대단한 야투 감각과 함께 득점 본능을 자랑했다.
LG를 만나기 전 허훈은 32경기 동안 평균 13.1점 2.5리바운드 6.3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35.0%를 기록했다. 3점슛은 2.2개를 성공시키면서 확률은 31.1%로 낮았다. 그러나 LG전을 기점으로 5경기 동안 평균 16.0점 2.0리바운드 6.6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2.6%, 3점슛은 2.4개를 성공시키면서 확률은 42.9%로 올랐다.
전체적인 기록은 큰 차이가 없으나 성공률이 달라졌다. 허훈은 2번 자리에서 자신의 야투 감각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제는 투 가드는 물론 원 가드 체제에서도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는 허훈이다. 소노전에선 다양한 조합 속에서도 61.5%의 야투 성공률을 자랑했다.
더 놀라운 건 허훈의 수비가 달라졌다는 것. 그동안 해야 할 역할이 많다 보니 수비보다 공격에 에너지를 더 쏟았던 그다. 그러나 지금은 카굴랑안이라는 확실한 1번 파트너가 있기에 부담 없이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kt의 ‘비브라늄 방패’가 깨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허훈의 MVP 퍼포먼스 회복과 함께 kt도 상승세다. 조던 모건, 자렐 마틴의 부상에 사실상 레이션 해먼즈 1인 체제로 6라운드를 보내고 있는 그들이지만 1패 뒤 3연승으로 2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기복이 있었던 하윤기, 문정현까지 살아나고 있어 봄 농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t는 올 시즌 막판 대단히 무서운 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수비만 강했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공격도 강력하다. 올 시즌 역시 의심의 여지 없는 우승 후보. 에이스의 부활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